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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Oct 31. 2016

교대의 진학동기와 교직사회의 변화

커피숍에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커피숍에 앉아 컴퓨터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 여고생들의 재잘재잘 거리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야야, 너는 이대랑 경인교대랑 붙으면 어디 갈꺼냐?"

  “나는 이대 갈꺼야. 교사 하고 싶은 마음 없어."

  “그래? 우리 과외쌤은 작년에 이대 수석으로 붙어서 장학금 받을 수 있는데도, 경인교대 갔데. 왜냐하면 이대는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교대는 교사로 확실하기 때문이라네."

  “근데 교사 되기 힘든거 아냐?"

  “아니래, 교대 4학년때 임용교사만 합격하면 되는데 96~97%가 합격한데. 4학년때 조금만 공부하면 되나봐. 그래서 교대가 점수가 높잖아. 그래서 대학교때 공부도 안하고 그냥 논데. 피아노 치고 리코더 분다는데? 이대에서는 공부 빡시게 해야 된다는데. 아 나는 교대 가고 싶은데."    

  교대라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래서 열심히 들었다. 듣고 보니 생각할 거리들이 참 많다.

  우선, 교대에 오는 요즘 예비교사들의 마음가짐이다. 내가 02학번이니 우리 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큰 차이가 있지는 않겠지만, 교대 오는 목적이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오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고 오는 것이다. 나도 우리 어머니가 추천해서 교대 갔기에 할 말은 없지만,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로 나오면 과연 혁신적인 것을 꿈꿀까? 조직에 모든 사람들이 혁신적이고 진보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신규교사로 배출된다면 학교에 그다지 도움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학교에 넘치고 넘치기 때문이다. 젊은 교사들이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그 조직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로 고민되는 건 예비교사들에게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교대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 모아 놓고 그들의 열정을 다 죽이고 있지 않은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위에 과외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을 보면 교대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배우지 않는다. 물론 이 말은 그 교대생의 생각이고 그 하나하나 나름의 의미는 있다. 다만, 정말 좋은 교사,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배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나는 요새 이것저것 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데, 대학교에서 배운 것에 도움을 받기보다는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내 에너지의 원동력은 ‘열정’인데 나는 열정을 교대 교수들한테 배우지 않았다. 나의 성향과 맞물려 서울교대 ‘농구동아리’에서 가장 많이 배웠다. 선배, 동기, 후배들의 열정을 보며 나에게 전이되고 더욱 불태웠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교대생들은 동아리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단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나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커피숍 옆자리에서 들려온 갑작스러운 소리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교직사회도 변화하고 있다. 다만 사회의 변화만큼 교직사회의 변화가 빠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이 너무 급하게 변하면 역풍을 맞는다는 어떤 선배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나는 교직사회가 지금보다 더 많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화의 주역을 이제 교대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신규 교사들이 해 주면 좋겠다. 교대에 입학했으니 나는 직업도 가지게 되었고,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가진 여위교 사는 현장에서 필요하지 않다. ‘열정’가득한 후배 교사들을 선배 교사들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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