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완성은 수업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2016년 9월 10일(토)에 광주 비엔날레에서 Apple AcademiX 3.0 연수가 있었다. 여기서 ‘배움이 예술이라면’이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예술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예술 작품의 감상이나 창작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었고 흥미를 느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후에 있었던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의 작품을 보면서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고민을 해 보았다. 모든 예술 작품에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면 이와 비슷한 경험을 국어시간 시를 배울 때 우리 반 학생들과 경험했었다. 난해한 시를 읽었는데 도대체 작가가 던지는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의 해석이 맞다고 했다. 나도 해석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비엔날레 작품 중 가장 의미 있던 작품 사진이다.
이 작품을 보고 내 나름의 해석을 하고 내 해석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옆에 서있는 도슨트한테 내 해석이 맞는지 물어봤다. 잘못되었다. 그렇다고 나는 예술 감상 활동을 잘못한 것인가? 내가 틀린 것인가?
거기서 궁금증이 들었다. 작가는 과연 자기가 의도한 대로 사람들이 해석해 주길 원할까? 아니면 다양하게 해석해 주길 원할까? 의도한 대로 해석하면 좋겠지만 다양하게 해석한다고 해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어이없고 장난스럽게 해석하면 화가 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고민을 하다 보니 무릎을 탁 치는 영감이 떠 올랐다. 이 부분을 ‘배움이 예술이라면’과 연결 지어보고 싶었다. 배움이 일어나는 시공간적인 곳이 ‘수업’이라고 한다면 수업과 예술을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수업을 보는 관점이 참 많지만 수업을 ‘예술'로 보는 관점도 있다. 아이즈너에 대해 공부가 깊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말이다. 수업과 예술이 같다면, '예술 작품 해석의 다양성'에 비춰 '수업 해석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사들은 보통 수업을 할 때 자신의 의도를 담는다. 모든 수업에는 성취기준, 학습목표 같은 것들이 있기에 학생들이 그것을 달성하도록 노력한다. 교사가 행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교사가 의도한 대로 따라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다양하게 해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상황에서 다르게 해석한 학생은 잘못된 것인가? 우리는 보통, 교사의 의도에 따라오지 않은 학생을 나무라고 혼낸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예술 작품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듯이 수업도 다양하게 해석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에 따라 학생들 각자가 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배워가는 것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시간에 교사는 어떤 이야기를 제시하며 A라는 교훈을 얻어가기를 원했는데, 어떤 학생은 그 이야기와 자신이 알고 있던 이야기가 더해져 전혀 새로운 B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업에 대하여 학생들이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학교 교육공동체에서 내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다른 선생님이 나에게 했던 반박인데, 초기에 개념을 잡아가는 수업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내 이야기는 개념을 잡고 난 이후에도 우리는 교사의 의도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정답인양 학생들에게 주입한다는 것에 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론은 교사가 수업을 할 때 교사의 의도대로 학생들이 사고하거나 행동하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생이 그 수업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했다면, 그 나름대로 해석한 바에 의해 배워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해석으로만 끝나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단순히 다양한 해석에서 끝나기보다는 서로의 해석을 ‘공유'하면 배움이 완성된다고 본다.
이 생각은 이번 애플 아카데믹스에서 우리 모둠 선생님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이야기를 나눈 결과다. 각자가 광주 비엔날레 예술 작품을 보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다양한 해석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다양한 해석을 나누는 과정에서 예술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수업에서도 일어나면 좋을 것 같다. 한 수업에서 학생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이 다양한 해석에 대해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태어 나의 생각을 완성할 수 있다.
나는 처음에 이번 애플 아카데믹스의 주제인 ‘배움이 예술이라면’이라는 주제에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어떻게 배움과 예술을 연관 짓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교육에 대한 엄청난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영감을 글로 정리하였다. 말도 안 되는 것을 엮는 '강제 연상 기법'은 이렇게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앞으로 학생들에게 내가 기획한 수업에서 각자 느낀 점들을 모둠 친구들 간에 공유하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수업 막판 ‘정리활동’에서 그 시간을 주면 좋을 것 같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면 배움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경험한 ‘배움이 예술이라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