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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an 24. 2017

사람은 추억을 떠올리며 산다.

  부모님이 이사를 하시면서 그동안 쌓아두셨던 짐을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 짐을 챙기다 보니 예전 나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나왔다. 23년을 살았던 집이니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절이 담겨있던 셈이다.  


  그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예전에 쓴 교환 일기장이었다. 중학교 2학년때 1살 어린 동생과 사귀었었는데 그때 교환 일기를 썼었다. 사귀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친구들이 사귀는 것이 부러워 그냥 친구 따라서 사귀던 시절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참 철없던 사춘기 시절이었던 것 같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을까? 교환 일기 끝에 항상 사랑한다는 식의 말이 담겨있다. 차마 끝까지 읽지 못하고 절반만 읽다가 덮었다. 


  사실 지금도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혹자는 죽을때서야 내가 정말 사랑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을 조항한다. 그 말이 너무 무겁지 않고 보다 더 구체적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무겁지 않게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5,6학년 담임을 해보면 우리반 남녀사이에서 한창 불타오르는 현장을 목격한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누구랑 사귄다고 난리 법석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교환일기 따위는 옛날 것이 되었고, 요즘은 카톡이나 페이스북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보내고 이모티콘으로 하트를 많이 날린다. 그 뜻이나 알고 날리는 것일까? 하지만 그때 그 마음은 정말 뜨거운 감정,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일거라 생각한다. 그 아이들도 나만큼 나이가 먹으면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 '6학년 때 사귀었던 그 남자 아이, 혹은 여자아이를 난 사랑했을까? 사랑이란 뭘까?' 하고 말이다. 가끔 이불킥 차고 싶을 때도 있을거다. 


  중학교 2학년 때 공부는 안하고 저렇게 빼곡히 교환 일기를 쓴 나를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씨 쓰기를 그렇게 싫어한 내가 그래도 연애는 하고 싶은 마음에 저렇게 편지 형식의 일기를 썼었나 보다. 이 교환일기를 버릴까 말까 하다가 차마 못 버렸다. 혹시나 아내가 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내는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나중에 아들이나 딸이 보면 어떨까? 아빠의 어린 시절을 같이 추억해줄까? 예전의 물건들을 보며 재밌는 상상을 해 본다. 역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맞다. 이렇게 추억을 핑계로 예전 물건을 어딘가에 쌓아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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