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서 읽으며 좋은 부모 되기
같이 모임을 하는 후배가 나에게 육아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형, 허용적 양육과 권위적 양육을 하는 부모 중에 어느 부모의 아이가 더 잘 자랄까요?”
“당연히 허용적 양육이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후배는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권위적 양육자란다. 어디서 그런 근거가 나왔느냐고 물으니 ‘부모 공부’란 책에 나온단다. 나의 육아 지식에 인지부조화를 안겨준 경험이었다. 그래서 작년 8월에 책을 사서 한 달 동안 읽었다. 이제야 서평을 쓰는 건 책 내용이 좋아서 정리해야지 했던 것을 이제야 정리했기 때문이다.
나는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아이의 ‘결’대로 가는 것이 육아다. 인터넷이나 서점에 가면 육아서가 넘쳐난다. '나는 자식을 잘 키웠소.’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면서 책을 내고 강의를 하러 다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가 있으니 발생하는 당연한 모습이겠지만, 난 그런 사람들의 육아 성공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지 보편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성공한 육아서의 부모와 자식은 여러 가지 운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첫째로 그 육아서를 쓴 저자의 부모가 그 저자를 잘 키웠을 것이다. 즉, 그 저자가 부모를 잘 만난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저자가 잘 자랄 수 있었다. 둘째로 그 저자가 자식을 낳았는데 부모 유전자의 최악의 경우만 빼다 박지는 않은 것이다. 어느 정도 키울만한 아이였기 때문에 부모의 양육 철학이 먹혔을 것이라 본다. 내 자식이지만 정말 최악인 경우가 더러 있기에, 그런 부모들은 육아서를 읽어도 당최 공감할 수 없다.
어쨌거나 그런 비판적 시각으로 ‘부모공부’라는 책도 읽었다. 이 책은 육아서라기보다는 육아와 관련된 지식들이 많이 담겨 있는 인문학 책이라 볼 수 있다. 저자가 독서를 많이 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육아와 관련된 지식을 잘 정리하였다. 그래서 육아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들이 담겨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총 3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의 환경, 아이의 정신, 아이의 마음이다. 그렇게 총 22가지의 꼭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중 나에게 깊은 영감, 성찰을 준 것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부모의 양육방식 4가지는 다음과 같다.(데이비드 셰프와 캐서린 킵의 연구)
1) 독재적 양육자 - 우리가 흔히 아는 자식 입장은 고려 안 하고 부모 마음대로 하는 유형이다.
2) 권위적 양육자 - 통제적이지만 융통성도 갖추고 있다. 요구를 부모가 먼저 하는데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즉 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조언해 주는 스타일이다.
3) 허용적 양육자 - 상대적으로 아이에게 요구를 적게 하며,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권위적 양육자보다 아이의 행동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4) 방임적 양육자 - 아이를 그냥 방치하는 경우이다.
여기서는 권위적 양육자와 허용적 양육자만 구분하면 된다. 사실 번역자가 ‘권위적’이라는 말로 번역을 했기에 어감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둘의 차이는 권위적 양육자는 부모가 어느 정도의 길은 제시하고 그 이후에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이고, 허용적 양육자는 길을 제시하지 않고 아이에게 '네가 알아서 해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허용적 양육자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아이에게 너무 광범위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래 표를 보면 알겠지만, 허용적 부모의 아이는 쓸데없이 자존감이 높아 너무 자주 으스대며, 자기중심적이며, 충동적이고, 자기통제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요즘 학군 좋은 곳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딱 이렇다고 한다. 아이들이 헛 자존감만 불러 위에 기술한 대로 행동을 하다고 아는 선생님이 그러더라. 내 생각에 그 이유는 학부모가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으려는 마음에 아이가 하고 싶은 걸 무차별적으로 지지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모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적당한 통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아이가 하고 싶은대로 무조건적인 지지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에게 TV나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유튜브 영상을 하루에 3개씩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때마다 참 마음이 무겁고 자식을 잘못 키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을 보고 약간의 안심은 할 수 있었다. 부모의 스크린 생활전략 8가지가 나온다.
1. 만 2세 이하, 절대로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는다.
2. TV를 거실에서 없앤다.
3. 아이들 앞에서 부모의 TV 시청 시간을 줄인다.
4. 시간을 정하고 철저하게 지킨다.
5. 아이들이 보는 영상을 모니터링한다.
6. 아이와 같이 보는 시간을 꼭 갖자
7. 잠들기 직전에는 영상을 시청하지 않는다.
8. 영상을 볼 때는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다행히 여기 있는 것들 대부분 지키고 있었다. 앞으로는 아이와 함께 영상을 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나온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나 또한 유희를 추구하고 놀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두 아이와 놀아주려고 노력하는데 가장 많이 하는 놀이가 ‘괴물 놀이’다. 결국 술래잡기인 것인데 내가 괴물이고 아이들이 나를 도망가다가 잡히면 간지럽힘을 당하는 놀이이다.
이 책에는 연령에 따른 놀이와 뇌 발달의 관계를 정리해 놓은 구절이 있다.
1. 감각 운동기 - 탐색놀이, 모든 것을 입으로, 탐색놀이를 통해 오감을 발달 시킴
2. 만 2세, 전조작기 - 역할놀이, 상상놀이, 가상 놀이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구체화할 뿐만 아니라 지켜야 할 규칙을 배우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적 정서의 밑바탕이 만들어진다.
3. 만 7세 이상, 구체적 조작기 - 협동놀이, 다른 친구들과의 분쟁 조절 혹은 협력을 통해 사회성을 발전시키게 된다.
종합해보면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의 근본을 세우게 되며, 그 어느 것도 이런 아이의 발달에서 ‘놀이’를 대체할 만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들에게 직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놀이’ 일 것이다. 299
정말 기막힌 문장이다. 그렇다. 아이들의 직업은 바로 ‘놀이’인 것이다. 가정에서든 초등학교에서든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놀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충고해 주는 것은 아이와 놀 때 ‘가짜 놀이’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짜 놀이’는 놀이랑 학습을 억지로 껴 맞추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금방 싫증을 느낀다고 한다. 정말 동의하는 이야기다. 부모가 아이와 놀 때 마음가짐은 부모가 그 놀이 자체에 재밌어야 한다. 아이 재밌으라고 놀아주는 건 부모가 재미없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 부모가 재밌는 놀이를 찾아 적당하게 아이의 수준에 맞게 변형해서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제대로 놀아주는 것이다. 그래야 부모도 재밌고 아이도 재밌다. 나는 집에서 아이들과 잡으며 뛰어놀다가 숨기도 하는 놀이가 제일 재밌다. 특히 아이들이 나를 못 찾게 집안 곳곳에 숨을 때가 제일 재미있다.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이것 이외에도 많은 지식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에버노트에 내용을 정리했지만 여기에 담기에는 너무 많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핵심 3가지만 서평에 담았다. 육아서를 읽는 것이 부모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육아서를 읽으며 나의 육아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육아서를 많이 읽는다고 육아를 잘하지는 않는다. 부모의 육아 방식은 이미 그 부모의 부모에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쉽게 바뀌기 힘들다. 다만 약간의 반성과 노력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학교에서 교사를 하다 보면 부모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보다 발전하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려면 부모들이 가정에서 자녀양육을 잘 해주어야 한다. 그 밑바탕이 되는 지식을 이 책에서 얻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육아를 앞두거나 육아를 하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