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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Mar 05. 2017

'선생님 사용 설명서' 로 선생님 소개하기

학기초 거꾸로교실 DNA 기르기


# 수업 복기


  ‘선생님 사용 설명서’, 작년에 처음 들은 말이었다. 이걸 처음 시작한 분은 나승빈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을 작년에 처음 알았다. 참 아이디어 좋으신 분이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는 작년 아이들이 1년 동안 겪은 것을 바탕으로 담임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듬해 아이들은 선배들이 쓴 설명서를 보며 담임이 어떤 사람인지 유추해 보는 것이다. 

  지난달(2월)에 2016학년도에 맡았던 6학년 친구들을 졸업시키기 전에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부탁했다. 나는 어떤 선생님이고 거꾸로교실은 어떤지, 우리 반이 가진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해 써달라고 했다.  

  아래 내용이 작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부탁했던 질문 3가지다.

1. 성기백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2. 성기백 선생님과 함께 하는 거꾸로교실은 무엇인가요? 거꾸로교실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세요. 
3. 그 외에 기백반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자유자재로 써주세요. 여러분의 소감도 좋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2016학년도 기백반 친구들 21명이 나에 대해 써 주었다. 지면 관계상 다 올릴 수는 없고 성의 있게 쓴 3장만 올린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담임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인지, 거꾸로교실은 어떤 것인지, 기백반의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를 아이들 힘으로 찾아가게 하는 수업을 기획하였다. 선생님 소개를 선생님이 직접 하는 것도 좋지만, 작년 아이들이 쓴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들이 직접 추리를 해 보는 것도 참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재미가 있을 것이고, 두 번째로 정보를 해석해서 다시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올해도 거꾸로교실을 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거꾸로교실 DNA를 키우는 작업 중 하나다.

  거꾸로교실은 '집단 지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집단 지성’이기 때문이다. 집단 지성이 이루어지려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내용의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피아제가 이야기한 조절과 동화가 여기에 해당된다.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른 사람의 정보를 비교, 분석하여 비슷하면 보태고, 다르면 어느 정보가 맞는지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하면 되는 것이다.  


  2차시로 수업을 구성했고, 수업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활동1 - 각 모둠별로  선배들이 쓴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보고 1,2,3번 질문에 대한 답변 keyword 쓰기

2. 활동2 - '하나 남고 둘가기’를 이용하여 다른 모둠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어 오기

3. 활동3 - 다른 모둠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모둠 내용 보충하기

4. 활동4 - 선생님이 직접 선생님에 대해 소개하기


1. 활동1 - 각 모둠별로  선배들이 쓴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보고 1,2,3번 질문에 대한 답변 keyword 쓰기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18명으로 3명씩 6모둠으로 모둠 구성을 하였다. 각 모둠에 3~4장의 ‘설명서’를 주고 ‘돌아가며 읽기’를 하였다. 그러고 나서 각 질문별로 keyword를 적어 반전지에 붙이게 하였다. 아이들은 우리 반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발견할 때마다 신나서 모둠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아래는 어떤 모둠이 완성한 '선생님 사용 설명서’이다.


포스트잇을 쓰고 붙일 때 비슷한 내용은 겹치게 붙이게 지도하였다. 아이들이 쓴 내용을 보면 선배들이 썼던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 생각보다 거꾸로교실의 DNA를 가지고 있다.


2. 활동2 - '하나 남고 둘가기’를 이용하여 다른 모둠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어 오기


  6개 모둠은 모두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선배들이 쓴 자료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정보들을 집단 지성을 발휘해서 모아야 할 때이다. 그래서 ‘하나 남고 둘 가기’ 기법을 적용했다. 아이들은 각 모둠에서 ‘주인’을 한 명 선정한다. 나머지 두 명은 ‘손님’이다. 손님들을 일정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다른 모둠의 주인이 하는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모둠에 없었던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면 포스트잇에 적으면 된다. 그렇게 주인은 같은 이야기를 5번 하게 되고, 손님들은 5번 돌면 된다. 


 아래 사진처럼 각자의 벽과 칠판 뒤를 이용하여 붙이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 2분씩 시계방향으로 돌아다니게 하였다.


3. 활동3 - 다른 모둠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모둠 내용 보충하기

  이제는 새롭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모둠의 자료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주인’으로 있던 친구는 같은 말을 5번 하며 말하기 연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모둠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손님’으로 활동한 친구들이 우리 모둠 ‘주인’에게 자기가 새롭게 알아 온 정보를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게 되고 기존 정보와 대조해 가며 우리 모둠의 보고서를 완성해 간다. 


4. 활동 4 - 선생님이 직접 선생님에 대해 소개하기
  

  이제 각 모둠에서 완성된 내용을 다 같이 공유할 시간이다. 전체 모둠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므로 1개 모둠만 발표를 했다. 그러면서 다른 모둠에서는 1번 모둠에서 부족한 내용이 있을 때 개입해서 발표하게 하였다. 중간중간 보충하는 설명이 나왔다. 

  그렇게 다 끝나고 나서 내가 나의 소개를 했다. 매년 사용하는 ppt로 나의 소개를 짧게 한 것이다. 


# 수업 소감  

  나는 지난번 첫날 네임텐트 활동에 이어 오늘 활동을 통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고 싶었다. 하나는 내가 나에 대해 소개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힘으로 직접 나에 대해 알아보게 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이 과정을 통해 거꾸로교실에 필요한 DNA를 길러주고 싶었다. 정보의 격차를 이용하여 자신의 정보와 비교하고 해석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안겨주고 싶었다. 

  오늘 수업을 해보니 아이들이 생각보다 활동 중심 수업에 잘 참여하였다. 내가 굳이 어떻게 하라고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알아서 즐겁게 활동에 참여하였다. 어쩌면 아이들은 애당초 말하고 듣는 것을 잘하는 학생들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자기와 1:1 구조를 만들기 위해 손을 들고 1명만 지목하여 발표를 시키니 부끄러워서 발표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게 하면 너무나 자엽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사람은 커피숍이나 술자리에서 자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가? 수업 시간에도 그렇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면 된다. 그게 교사의 역할이고 거꾸로교실이 그런 교실을 현실화시켜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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