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y Sung Apr 09. 2017

우리학교 운동회 운영방법 결정을 위한 토론회 진행기

토론이 있는 교직원 문화 만들기

  초등학교에서는 매년 대운동회를 한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운동회 운영 형태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운동회가 온 마을의 축제였다. 단체경기, 매스게임, 개인달리기, 이어달리기라는 핵심 단어로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그런데 요즘은 2년에 한 번 하는 학교도 많고, 이벤트 업체를 불러서 하는 학교도 있다.


  그런데 재밌는건 운동회를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작년에 했던 운동회니가 당연히 하는거다. 그 누구도 Why에 주목하지 않는다. 사이먼 사이넥은 ‘나는 왜 이일을 하는가’라는 책에서 Golden circle을 주장했다. Why - How - What이 있는데 무슨일을 할 때 Why에 주목해야 의미있는 결과에 다다른 다는 것이다. 하지만 What에만 초점을 맞추어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동회가 그렇다. 운동회에서 어떤 종목을 할지에 대해서만 교사들이 고민한다.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다.


  우리학교에서 체육부장으로  3년째 있는 나는 이번 운동회의 why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선생님들과 함께 운동회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토론은 좀 거창하고 가볍에 이야기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2014년부터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를 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교사들끼리 무언가 토론을 하라고 하면 사람들이 말을 잘 안한다. 우니나라 사람들의 집단주의 의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단주의 의식이 너무 강해 ‘개인주의’에서 오는 행복감을 잘 느기지 못한다고 한다. 초등학교는 ‘동학년주의’가 있기에 동학년 틈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기란 참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교사들도 토론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작년에 우리학교에서 성과급 회의 할 때 봤다. 생각보다 선생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이야기를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빅마우스(Big mouse, 발언권 센사람)를 가지신 분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약간의 토론 기법이 있으면 선생님들이 지금보다 더 자기 이야기를 잘 하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월 28일 대운동회를 준비함에 있어 약간의 토론기법을 써서 우리학교 운동회의 목적(Why)를 찾는 토론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월 중순에 교무부장님께 나의 의사를 말씀 드렸고 4월 3일(월) 전교사들이 모여 ‘2017학년도를 운동회 운영을 위한 토론회’를 열게 되었다. 진행은 체육부장인 내가 하기로 했다. 


  당일  3시에 전 교사들이 모여 토론이 시작되었다. 나는 연수를 시작할 때     이번 토론의 목적은 3가지를 말씀드렸다.


  “오늘 토론 겸 연수를 진행하는 목적은 3가지 입니다. 첫째는 4월 28일 운동회를 어떻게 진행할지 방법을 정하는 자리입니다. 

  둘째는, 토론이 있는 교직원 문화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직원들끼리 토론하라고 하는데 기존에 우리가 하던 방식으로 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선생님들 눈치가 보여서 아무도 일어나서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기법만 들어가면 우리끼리 활발히 토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이왕 하는거 제가 알고 있는 여러가지 토론 기법들을 선생니들에게 알려주는 ‘연수’도 포함된 것입니다. 오늘 이런저런 경험을 하시다 보면 기법들을 배워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고개를 끄덕이셨고, 어떤 선생님들은 거북해 하셨다. 당연한 일이다. 새파랗게 젊은 후배가 체육부장이랍시고 앞에 서서 마이크 잡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얼마나 거북하겠는가. 그 마음을 알기에 선생님들 앞에 서기가 참 주저되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약간의 토론 기법만 적용하면 토론에 활발히 참여하실 것이라 확신했다. 그 확신의 증거는 지난 2년동안 내가 우리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전체 체육 자율연수를 진행해보거나, 교육공동체를 진행해 본 것이었다. 겉으로는 불만이 있으시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시고 교사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용기를 내서 시작을 하였다. 

  교사들이라면 다 공감할 내용이 같은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무언가 진행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학교에 가서 강의를 진행하면 편하다. 내가 강의한 내용을 듣기만 하지 나의 속속들이 생활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다르다. 내 생활, 일거수 일투족을 아는 분들 앞에서 토론을 진행하기란 정말 부담스러웠다. 


  오늘 운동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연수는 아래 처럼 진행되었다.


1. 아이스브레이크 - 스타와 펜
2. 모둠 구성하기

아이스브레이크를 해서 동학년끼리 앉아 있는 것을 깼다. 나는 초등 단위학교에서 교직원회의를 막는 가장 큰 주범이 동학년끼리 앉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등 교사들은 동학년 주의가 심하기 때문에 동학년 선생님들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동학년 선생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주저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아이스브레이크 ‘스타와 펜’을 통해 선생님들을 일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아이스브레이크가 끝나고 나서 무작위로 섞인 선생님들에게 원으로 서 달라고 요청한 다음 한 명을 기준 삼아 1,2,3,4,5,6순으로 번호를 정해 무작위로 섞인 6모둠을 만들었다. 


3. 포스트잇 사용법에 대한 안내

  연수를 시작하며 ‘포스트잇’ 사용법에 대해 간단히 안내 드렸다. 오늘은 포스트잇이 많이 사용되므로 하나의 포스트잇에 하나의 내용만 쓰고, 글씨는 굵고, 크게 써 달라고 요청드렸다. 토론을 할 때 포스트 잇을 사용하면 좋은 점이 많다. 미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렇기에 남의 이야기를 더 경청할 수 있다. 또한, 그 포스트잇을 바탕으로 NGT기법을 사용하여 유목화 할 수 있다.


4. 프리즘 카드로 운동회에 대한 느낌 공유하기
 - 질문 : ‘운동회’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5. 운동회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기
- 질문 : 동구로초 운동회에서 우리 학교 아이들은 어떤 경험을 가져갔으면 하나요?
- 보충질문 : 동구로초 운동회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6. 현재 실태에 대해 생각하기
- 2015, 2016년 동구로초 대운동회 동영상 시청
- 2016년 학생, 학부모, 교사의 불만족사항 확인
- 2017년 운동회 형태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기대 확인


7.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운동회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요?
- 각자 포스트잇에 운동회를 어떻게 달성하면 좋을지 쓰기
-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 모둠에서 방법 한 가지 정해서 발표하기


8. 운동회와 관련하여 각 모둠에서 정한 방법을 바탕으로  월드까페 기법으로 토론하기


9. 최종 투표 : 거수로

  

  최종 투표를 하기 위한 보기로 다음과 같이 3가지를 선정했다. 그리고 의사결졍은 '과반 찬성으로 하자'는 것에 전원이 합의했다. 사회자인 내가 선생님들에게 ‘다수결’이 좋냐고 물었고 모든 선생님들이 동의를 하셨다. 

1.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서 놀이마당 형식으로 진행한다.

2. 검증된 이벤트 업체를 부른다.

3. 학년군별로 구기종목 리그전을 한다.


 이 세가지를 바탕으로 투표를 했다. 투표 방법은 포스트잇에 쓰는 것으로 하려다가 시간이 없어 거수로 하고 숫자를 세었다. 1번 13표, 2번 14표 3번 6표였다. 난감했다. 2번이 과반이 넘지 않으나 다수결은 충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교장선생님에 넌지시 여쭤보았다. 


  “교장선생님,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장선생님은 3번을 지우고 결선투표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결선투표를 하였고 1번이 18표, 2번이 16표가 나왔다. 1차 투표와 2차 투표 사람수가 맞지 않는 건 누군가 손을 안 든 사람이 있었떤 것일거다. 그래서 이번 동구로초 운동회 운영 방법은 ‘놀이마당’식으로 운영되게 되었다.


  오늘 토론은 정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의 학교는 대부분 교장의 의지에 따라 모든 행사 시행여부와 형태가 결정되는 구조였다. 민주주의를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에서 교원들의 민주주의적 모습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오늘 우리학교는 달랐다. 교장선생님이 교사들의 토론을 지지해 주셨고, 함께 참관도 해주셨다. 이러한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이 된 것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운영에 대해 그다지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한 토론의 경험이 앞으로 우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어떤 경험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다.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교사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토론이 가능할까?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약간의 토론 기법과 열린 마음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촉진시켜주는 약간의 촉진자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가능성을 확인한 운동회 토론회라 참 좋았다. 세상이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바뀌든 교직사회도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지만 변화에 도전한다. 


  이번 토론 겸 연수를 진행할 수 있었던 힘은, 지난 1월초에 받은 에르디아 연수(SAP 최송일쌤이 운영하는 단체)와 2월 말에 받은 미크 주관 사최수프(사상최대수업프로젝트)연수 였다. 에르디아 연수에서 다양한 비경쟁형 토론기법을 배웠으며, 사최수프에서 진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연습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오늘 연수를 진행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변화만큼 교직사회도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희망한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알려주고, 토론을 알려주려면 교사들이 먼저 경험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토론이 있는 교직원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사회 변화속도를 생각하면, 학교도 변화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