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y Sung Apr 22. 2017

학생들이 생산자가 되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다.

학벌사회 담론을 깨고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좋은 수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교사들에게 물으면 대답이 다 다를 것이다. 당연하다. 각 교사들의 교육철학이 다르고, 교사가 되기까지의 성장 배경, 교사가 되고  난 후의 맥락적 상항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학벌사회가 한국 교육계의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입시위주의 수업이 좋은 수업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속에서 미래교육의 방향은 변화하고 있다.


  나는 학생들이 ‘생산자'가 되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학교에서  학생들은 ‘소비자’다. 학생들은 누군가 만든 교과서를 보고 그것을 그대로 외우고 암기한 다음 5지 선다형의 시험을 치른다. 학생들은 암기적 지식을 소비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하지만 21세기 미래교육의 방향은 학생들이 수업의 주체가 되어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는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생산해 내어야 할 ‘무엇’은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작은 수준에서 '수업활동의 결과물' 일 수 있고, 두 번째로 큰 수준에서 ‘프로젝트' 일 수 있다.

 

  첫 번째 관점에 대해 살펴보자. 문학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소설의 한 부분을 읽고 독해력을 물어보는 문제에 대답하는 것은 소비자로서의 행위일 뿐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거기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을 뽑아낸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한편의 단편 영화를 만든다거나 작은 연극을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 문학을 소비하고 다시 자신들의 관점을 담아 재생산하는 ‘생산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수업이 살아있는 수업이요 좋은 수업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은 수준에서의 생산적인 활동들을 학생들이 경험하고 나면 두 번째인 큰 수준에서의 프로젝트 운영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작은 수준에서의 생산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며 자존감을 기르고, 자기주도성을 기른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 협력,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과 같은 미래 인재들이 필요한 역량을 기른다. 그러고 나면 이제 자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발견하고, 그것의 본질적인 원인을 탐색하고,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프로젝트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분야와 관련된 전문적 지식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그러면 누가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공부가 혼자서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내 주변의 동료들과 힘을 모아서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생산자’가 되어 간다. 자신들의 문제를 어른들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이다. 학생들이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자가 되는 수업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반 학생들이 작은 수준에서의 생산자가 되게 하기 위하여 3년째 거꾸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중심 배움 수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육 패러다임이 거꾸로 교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지문을 보고 교사 입장이 되어 문제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핵심 단어를 꺼내서 연결 지어 보기도 한다. 또한, 자기와 친구들의 생각을 합쳐서 끊임없이 연결 짓고 의미를 해석한다. 이런 과정을 한 학기 정도 거치고 나면 아이들은 프로젝트 학습을 할 수 있는 ‘근육’을 가지게 된다.  그 근육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이것으로 학생들은 진정한 ‘생산자'가 된다.


  학생들이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화해야 하기에 교사들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예전처럼 하나부터 열 가지 가르쳐주면 안 된다. 요즘 젊은 부모들이 자식 아낀다고 하나부터 열 가지 다 해주니 아이들이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푸념하지 않는가? 같은 맥락에서 교사는 너무 친절한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생산자로서 수업에 참여하고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 이후 본 수업은 학생들이 주인공이고 학생들이 채워나갈 몫이다. 다만,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 방향이 잘못되었거나 학생들끼리 다툼이 일어날 경우 개입하면 된다. 이것이 교사가 해야 할 역할이고 우리나라의 교실이 나아갈 방향이라 생각한다. 학생이 생산자가 되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교실이 많아져야 한다. 또한, 그런 교실이 모인 학교가 많아져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를 구입하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