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저, 2017, 생각비행
페이스북에서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의 책 표지를 봤다.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순간 동의하면서도 반감이 드는 묘한 감정이 생겼다. 내 생각에도 이상한 선생은 있다. 그런데 또 '그렇게 많은가?’라는 반문도 들었다. 그리고 '이상한 교사’의 기준은 무엇인가? 기준은 누가 만들며 그 기준의 정량적인 수치는 어떻게 정하는가? 정성적이라서 주관이 담긴다면 그 누구나 이상한 선생이 될 수도 있는 것인가?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선생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호기심을 갖고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 책 참 잘 읽혔다는 것이다. 우선 이 글을 쓴 선생님이 글을 명료하고 문장을 짧게 써 주셨다. 글 잘 쓰는 분이다. 자기가 아는 걸 더 어렵게 써 놓는 현학적인 책들을 읽다가 이 책을 보니 눈이 시원하다. 더불어, 내가 교사이기에 여기에 놓여 있는 대부분의 상황이 맥락적으로 이해가 잘 돼서 읽기가 쉬웠다.
이 글을 쓴 저자는 비판적 사고를 참 잘하시는 분이다. 나는 비판적 사고의 시작이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보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 보면 관습에 익숙해지는데 거기서 어색하게 보는 것이 비판적 사고라 생각한다. 이 저자는 그 사고를 나보다 훨씬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신선함을 느꼈다. 21세기 인재들이 갖춰야 할 역량 중 비판적 사고가 있는데, 이 분이 어떻게 비판적 사고를 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였다.
특히 마음을 자극한 건 "2장 권력에 취한 교사들" 부분이었다. 학교에 이상한 교사가 많은 건 권력에 취한 교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뜻 외부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라면 안다. 내가 얼마나 교실에서 제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지 말이다. 이 저자가 교사가 교실에서 얼마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예시를 들었는데 신규 교사 때 나의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떠들거나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얼을 땡’ 놀이처럼 "얼음!!”이라고 내가 외쳤다. 그러면 아이들이 모든 행동과 말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야 했다. 나와 아이들 모두 그 상황을 즐기곤 했었는데, 그 상황에서 나는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지도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그런 권력에 교사들이 취하다 보니 점점 이상해 진다고 하였다. 이안 로버트슨이 쓴 ‘승자의 뇌’라는 책을 인용하였다. P권력과 S권력이 있는데 P권력은 개인적 목적을 위한 권력이고, S권력은 보다 나은 집단을 추구하는 권력이다. 그런데 교사는 교실에서 수십 년 동안 P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이상한 선생이 많아진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나도 이 책을 3년 전에 읽었었다. 그때 나는 이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이 책에 나온 권력자는 대통령, 국회의원, 검찰 등을 생각했다. 즉, 나 스스로가 아이들에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착각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현재 모습을 반성해 보았다.
이 외에도 학교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급식 문제도 그렇고, 에어컨, 배구 문제 등등 말이다. 마지막 15장 "교사의 지적 헌신 그리고 민주주의”에서는 교육에서의 보수와 진보, 양쪽의 문제를 들춰낸다.
예전 교육이 너무나 지식 위주의 교육이었다. 이것이 교육에서 보수적인 입장이다. 그 반대로 협동학습과 같이 학생들이 지식을 스스로 구성해야 한다는 교육에서 진보적인 입장이 나왔다. 하지만 목적 없는 활동 중심 수업은 아이들에게 가져가는 지식이 없는 빈 껍데기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활동 중심 수업을 지향하는 내 입장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소리였다. 그런데 아쉬운 건 그 뒤에 지식을 어떻게 학생들이 배우게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을 담기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 길어졌겠지만,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참 훌륭한 책이다. 1권의 책을 읽고 이렇게 서평으로 쓸 거리들이 많다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저자의 약력은 보니 나랑 교육 경력이 비슷하다. 이렇게 글을 멋지게 쓴 동료 교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고, 나도 깊게 사유하고 행동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글의 마무리는 정말 최고로 인상 깊었던 저 문장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학교는 사회의 소소한 관습을 어기는 것에는 지나치게 민감한 반면 보편적 규범과 원칙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도덕적 역량이 마비된다." 202쪽
아이들의 소소한 규칙 위반을 신경 쓰기보다, 나를 비롯한 학교의 비리에 날카로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