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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Aug 12. 2017

[서평] '멋진 신세계'를 읽고...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저, 2015, 소담 출판사


  신문 칼럼을 읽다 보면 많이 인용되는 소설 중 하나가 ‘멋진 신세계’였다. 특히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은 우매한 민중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많이 인용되곤 했다. 그리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비교되며 정치 관련 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는 추천평이 많았다. 그래서 책을 구입하여 관심 있게 읽어 보았다.   

  이 책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쓴 소설이다. 소설 속 배경이 2600년 정도의 먼 미래사회 이야기다. 80년 전에 이렇게 실감 나게 미래를 예측해서 썼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이 소설 속의 사회는 10명의 총통이 세계를 지배하며 5개의 계급으로 신분이 나뉘어 있다. 알파, 베타, 델타, 감마, 앱실론이다. 각 계급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며 갖게 되는 직업도 다르다. 인간이 엄마의 자궁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공장에서 생산된다. 난자와 정자를 인위적으로 캡슐 안에서 수정시킨 후 캡슐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가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태아가 되는 것이다. 태아가 될 때 공급되는 산소의 양을 조절해서 알파, 베타, 델타, 감마, 앱실론으로 결정짓는다고 한다. 저자의 창의력이 정말 엄청나다. 70% 미만으로 산소를 공급하면 태아가 괴물이 되니 75% 정도가 되어야 앱실론이 된다고 한다. 아기들이 태어나면 자극을 통해 자신들의 일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행복하고, 계급은 당연히 나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을 만든다. 


  정말 기득권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좋은 세상이다. 비판적 사고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사회에서 한낱 부품에 불과한 세상이니 말이다. 이 ‘멋진 신세계’에서 섹스는 자유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불임으로 태어나며 피임하는 법을 세뇌 당해 임신을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성관계를 한다. 육체적인 쾌락을 허용한다. 그리고 ‘소마’라고 해서 마약을 허용한다. 이 소마를 먹으면 근심 걱정을 잊고 푹 자면서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게 이곳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 없이 일정한 시스템 하에서 소마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인간들의 삶은 행복한가? 아니면 저 세계의 사람들의 삶이 행복한 것인가? 내가 삶의 주체로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에 따라 책임지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아니면 남이 짜 놓은 판에 즐거운 느낌만 경험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참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 본능적으로 ‘성’에 이끌리면서 그걸 이성으로 억누르고 살아가는 삶은 어떠한가. 죽음을 두려워하며 ‘신’을 숭배하는 인간의 모습은 과연 맞는 것인가? 과연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합쳐진 이 사회에서 이미 ‘돈’이 계급을 만들고 있는데 과연 민주주의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답을 찾을 수도 없고 답도 없다. 다만, 이런 고민들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준 이 책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권력이 없다가 권력을 가지게 된 동물들의 변화를 보며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아예 권력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는 통제된 사회 시스템에서 주인공 ‘야만인’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두 책(동물농장, 멋진 신세계)의 공통점은 ‘비판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기득권들은 언제나 대중들이 우매하기를 기대한다. 자신들의 과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기득권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 영화, 스포츠와 같은 콘텐츠들을 대중들에게 권한다. 예전에 전두환 정권이 했던 3S 정책이다. 내가 시스템의 부속품이 아니라 무언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이런 유혹들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비판적 사고’를 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 생각한다.   


  번역된 책이고, 내용이 쉽지 않아 책 내용을 100% 이해한 것 같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또 읽을 만큼의 소설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정도 수준에서 서평을 쓰고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읽어 보시길 권한다. 미래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갈 지에 대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참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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