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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Nov 01. 2017

[서평] 소년이 온다, 한강, 2014, 창비


  5.18 민주화 항쟁. 사람들에게 5.18은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사람들마다 자기가 가진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단어를 보더라도 느낌이 다를 것이다. 나에게 5.18은 그냥 역사에 나오는 한 단어에 불과했다. 사실 나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5.18이 왜 민주화 항쟁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남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랬던 가장 큰 이유는 광주에 아무 연고가 없고 주변에서 5.18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것이 크다. 


  학교에서도 5.18이 민주화 항쟁이라고 구체적으로 배운 적은 없는 것 같다. 역사시간에는 일제 강점기의 억울함에 대해 배우고 나면 그 뒷부분은 잘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호 이후 내가 알던 기존의 지식들에 무엇인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고, 다양한 언론, 책을 보며 비판적 사고를 경험하였다. 덕분에 지금은 5.18 민주화 항쟁이 가지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그나마 알게 되었다.


  또한, 최근에 본 ‘택시 운전사’ 영화도 5.18에 대해 이해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해 주었다. 그러다가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서점에서 구입하였다. 맨부커상이라는 것을 받은 유명한 소설인데 5.18에 대해 이야기하니 읽어보고 싶었다

.  

  소설의 내용은 쉽지 않았다. 주어가 명확하지 않아 누구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기가 참 어려웠다. 소설은 6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동호’라는 그 당시 죽은 학생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이것저것 이야기하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왜 광주 민주화 항쟁에 뛰어들었으며, 어떤 모습이었는지가 이 소설을 읽으며 눈 앞에 펼쳐졌다. 


  내가 새롭게 깨달은 건 5.18 때 잡혀가서 고문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지금도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때의 고문으로 지금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까? 내가 그렇게 그 당시 청년으로 잡혀가서 고문을 받았는데 지금 살아 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다. 

  반대로 그때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군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두환은 멀쩡히 살아서 호의호식하고 있는데 이게 사회적으로 옳은 것인가?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덮으며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 짐을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5.18에 대한 배경지식은 얼마나 부족할까? 그와 관련된 지식을 다 알게되면  얼마나 화가 날까?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시민군이었다면, 혹은 군인이었다면? 이런 물음들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평범한 사람들이고 싶었을 사람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사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세월호 유가족을 이렇게 만든 건 세월호 사건이었다. 


  뉴스를 보면 지금도 5.18의 진실을 밝혀지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5.18의 진실은 언제쯤 밝혀질 것인가? 과연 진실이 끝까지 밝혀질 수 있을까? 최대한 은폐하려는 세력과 그것을 밝히려는 세력들의 권력 다툼 속에서 나는 정의가 승리하길 희망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은 정의로운 세상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소년이 온다’ 책을 읽고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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