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y Sung Feb 17. 2016

교원 업무 정상화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소수가 희생하는 행정전담팀 VS 다 같이 업무를 하는 스마트워커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 '교원 업무 정상화'라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교원 업무 정상화라는 정책이 나온 배경에는 교사들에게 부여된 과도한 행정업무가 있다. 교사들에게 과도한 행정업무가 쌓이다 보니 수업 준비를 잘 못하거나 수업시간에도 행정업무를 하느라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행정지원사'라는 비정규직 보조 인력을 채용하여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행정전담팀'을 꾸려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최대한 줄여 수업의 질 향상을 꾀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논의를  들여다보기 전에 모든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치일 만큼 업무가 많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재 학교의 행정업무는 '부장교사'가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일반교사들도 교무 업무 분장상 해야 할 업무가 있지만 1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는 업무보다는 1년에 5~6번 해야 되는 업무들이 대부분이다.(물론, 학교마다 다를 수 있다.) 일반교사들 중에서도 고경력 교사와 저경력 교사의 업무량은 다르다. 저경력 교사들은 업무를 배워야 된다는 이유로 그나마 많은 업무를 하지만 고경력 교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장유유서에 입각한 대우, 컴퓨터 처리 능력의 부재 등)로 업무를 배정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원 업무 정상화를 하기 위해서 '행정전담팀'을 구성하는 것은 학교교육의 질적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인가?


   행정전담팀은 3~4명의 부장교사들과 행정지원사를 포함한 실무사로 꾸려지게 된다. 그 팀에 포함된 부장교사들은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6~7명이 해야 할 업무(학교의 모든 업무를 공평하게 나눌경우 1인에게 해당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 전담팀 소속 교사들에게는 수업시간 수를 줄여주는 배려를 한다. 그런데 전담팀 소속 교사들은 교사의 본업인 수업은 뒷전이고 행정업무를 주된 업무로 한다. 즉, 현재의 교원 업무 정상화는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행정업무를 경감시켜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교사들이 수업이 뒤로 밀릴 만큼의 행정업무를 맡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 내부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부장교사 및 일부 저경력자들은 많은 업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외의 교사들은 과중할 만큼의 업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행정전담팀이 들어오면서 부장교사와 일반교사 시이에 예전에도 존재했던 업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전담팀에 속한 교사들은 학교 대부분의 업무를 하게 되어 행정업무에 계속 치이게 되고, 나머지 일반교사들은 예전보다 업무량이 줄어 여유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업무량이 줄은 일반교사들은 여유로워진 시간에 수업 준비를 하고, 동료 교사들과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이상적으로 행동하는 교사가 몇이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원 업무 정상화'라는 정책 자체가 Bottom-up으로 교사 스스로의 자정운동이었으면 효과가 높았을지 모르나, Top-down으로 내려온 정책이기에 교사들의 자발성은 상당 부분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교사 스스로가 '교육 공동체'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문화가 없는 이 상황에서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스마트 교육'에서 해법을 찾고 싶다. '스마트 교육'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거기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스마트한 기술들(구글 독스를 활용한 협업, 클라우드를 이용한 자료 공유, 워드 및 프레젠테이션 자료 제작 능력)을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이용한다면 업무 시간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스마트 워크(Smart work)’라 표현할 수 있다. 교사들에게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 능력을 길러 행정업무 시간을 줄이고 남는 시간에 수업 준비 및 교육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실 교무행정을 행정전담팀에서 한다고 하지만  담임교사들에게 교무행정을 명확히 분리하여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년에서 어떤 교육적인 행사를 하다 보면 계획 세우는 것(전자결재로 내부 결재, 워드로 계획서 생산)부터 예산 사용(에듀파인), 교사들에 대한 안내, 결과 보고(전자결재)까지 해야 할 교무행정이 많다. 이것들을 행정전담팀에서 '전담'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구석이 많다. 업무를 추진하는 학년에서 모든 것을  맡아해야지, 학년에서는 계획만 세우고 에듀파인 품의는 행정지원사가 하고 예산 집행은 학년에서 하고 정산은 행정지원사가 하는 형태는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잘못될 가능성이 많다.


  그동안 교사들에게 잡무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실적 보고 및 국회의원들의 중복된 요구자료들이 교사들을 힘들게 했다. 결국 교원 업무 정상화의 첫째 조건은, 이런 잡무들을 상급 기관에서 과감히 줄이는 것(업무 다이어트)이다. 그 다음 조건으로, 단위학교에서는 '행정전담팀'을 꾸리되 운영을 어떻게 할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행정전담팀'에게 모든 행정업무를 줄 것이면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공동체' 활동을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대부분의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나누어 갖은 상태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워커가 되기 위한 교사 연수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생긴 시간에 수업 준비나 공유 활동을 해야 한다.


  소수 교사의 희생으로 다수 교사들이 편하려는 형태는 공리주의 시각에서는 합리적인 듯 하나, 개개인의 인권이 모두 중요한 시각에서 살펴본다면 잘못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전담팀에 속한 교사들도 교사인데 교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교사로서의 행복감은 누가 보장해줄 것인가? 또한 그들이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대부분 장학사나 관리자가 될 텐데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길이다. 결국, 교원 업무 정상화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그 고민을 교육청에서 해서 Top-down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단위 학교에서 치열하게 고민하여 시행되는 Bottom-up의 형태로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작가의 이전글 연구하는 교사가 많아져야 교사의 전문성이 향상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