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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일팔 Nov 10. 2015

#3 사투리는 어떻게 랩이 되는가

<팔도강산> by 방탄소년단

 




1.


랩이라는 장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 쇼미 더 머니 등 랩을 중심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현재 멜론의 주요 상위권 음악의 장르 역시 대부분 랩이다. 놀라운 일이다. 소위 ‘하위 장르’, ‘마이너 한 문화’, ‘B급 문화’의 하나에 불과했던 (결코 랩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랩이, 그것도 다소 거칠고 적나라한 표현이 주를 이루는 비교적 정통 랩에 가까운 랩이 (비록 20대에서 30대라는 제한된 폭이지만)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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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트렌드가 몇 해 전부터 일부 남자 아이돌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아이돌의 대량 양산 속에, 이젠 더 이상 예쁘고 날씬하고 춤 잘 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음악의 한 장르를 덧붙이는 식으로 키메라 같은 아이돌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밴드를 접목한 아이돌

뽕짝을 접목한 아이돌

힙합을 접목한 아이돌

등등...

 

물론 댄스는 기본이다. 이중에서 힙합 분야 특히 랩이 주를 이루는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들이 현재로선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빅뱅이 대표적이고 블락비, 방탄소년단, 비투비 등이 후발주자로 이미 탄탄한 팬덤을 확보한 상태다. 아마도 아이돌 특히 보이그룹에겐 랩이 댄스 다음 가는 부장르였고,가창력이 부족한 미소년이 비교적 쉽게,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분야라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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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기존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들어보면, 주가 노래였고 부가 랩이었다. 가창력을 담당하는 멤버가 노래의 거의 전부를 불러주면 댄스와 랩을 담당하는 멤버가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보이그룹은 이런 과거의 공식을 뒤집어, 랩을 주로 두고 후렴구나 코러스 등 전곡의 극히 일부를 노래로 ‘때우는’ 모습을 보인다.

 

 


방탄소년단을 대중적으로 알린 <상남자> 앨범.





2.


그중에서도 요즘 내 귀를 장악한 노래는 단연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이다. 멜론을 켜 본다. 최근 들은 노래 목록을 살펴본다. 스크롤을 쭉 내린다. 노래의 제목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아티스트의 이름은 동일하다.


방탄소년단.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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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를 1세대 보이 아이돌이라고 한다면, 뒤이어 등장한 비스트, 빅뱅, 엠블랙을 2세대, 그리고 그 이후 등장한 3세대 그룹이 비투비, 엠블랙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다음이 바로 4세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 엑소, 보이프렌드, 빅스타 등일 것이다. 4세대 그룹인 방탄소년단은 사실 이번 앨범 화양연화 이전까지만 해도 소위 광적인 팬이 따라붙지는 않았던 ‘듣보잡’ 그룹이었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분명한 컬러로 그리고 교복과 학교라는 은근한 섹시함을 주요 콘셉트로 팬층을 끌어모으며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남자 아이돌 그룹계의 탑이 되었다.

 





3.



서두가 길었는데, 오늘 해부할 노래는 BTS의 <팔도강산>이다. 방탄소년단 1집에 수록된 곡이며 역시 랩이다. 2015년 기준 가장 핫한 보이그룹의 노래치고는 다소 올드 한 제목이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방언을 활용한 맛깔난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와 비트가 압권이다.


팔도는 황해도부터 전라도까지 남북한의 8개 도를 뜻하는 고유명사이지만, 이 노래에 등장하는 방언의 소속 도는 경상도와 전라도 그리고 경기도(서울)가 전부이다.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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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얼굴, 세련된 옷차림, 관능적인 바디라인. 아이돌의 필수조건들이다. 하지만 기계에서 갓 뽑아낸 면발처럼 일관된 외적 조건으로 TV에 데뷔하는 아이돌의 입에서 구수한 사투리가 나온다면? 기존의 상식대로라면, 그것처럼 ‘깨는’ 모습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그룹 구성원의 출신은 총 7명의 멤버 중 4명이 부산, 대구, 광주 등 비수도권 출신이며 나머지 세 명이 일산과 서울 등이다. 절반 이상이 비서울 출신으로 즉 철잔 사투리를 구사한다. 물론 대구 출신인 뷔나 광주 출신인 제이홉의 입에서 가끔 방언이 터져나오지만 그들은 매우 교양 있고 세련된 서울말을 충분히 구사할 줄 알며,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설마 그들이 지방 출신일까, 놀랄 정도로 지극히 서울 아이돌(?)스러운 외모와 말투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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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공공연히 자신들의 출신 성분(?)을 공개하고 다니며 심지어 노래를 통해 대중에게 유려한 사투리를 선보이고 있다. 물론 ‘사투리를 구사하는 지방 출신 아이돌’이라는 콘셉트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b1a4의 산들이나 2pm 준케이 역시 시끌벅적한 경상도 사투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이돌이다.


예능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겉으론 멀쩡해 보이던 아이돌이 갑작스럽게 분출한 방언에 당황하는 모습 아니던가.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솔직히 말해서 서울 중심의 가요계와 방송계가 아이돌의 방언을 대놓고 용인하거나 독려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투리를 주무기로 내세운 노래를 무려 두 곡이나 발표한 이들의 용기와 소신은 흥미롭고 대견하다.


그 두 곡 중 한 곡이 바로 <팔도강산>이다. 경쾌한 밴드 음악으로 시작하는 전주 위로 비장한 오프닝이 흐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렴구가 흥겹다. 





4. 


이제 가사를  살펴보자.

 

방언 특유의 음률과 억양을 그대로 활용해 랩에 접목시켰다. 지방 출신 멤버들이 평소 자신들의 언어에 대해 적지 않은 애정과 관심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시방 머라고라? 흐미 아찌아쓰까나 전라도 씨부림땜시 아구지 막혀브러싸야

흑산도 홍어코 한방 잡수믄 된디 온몸 구녕이란 구녕은 막 다 뚫릴 텬디

거시기 뭐시기 음 괜찮것소? 아직 팔구월 풍월 나 애가졌쏘

무등산 수박 크기 20키로 장사여~ 겉만 봐도 딱 가시내 울릴 방탄여

 

광주 출신 멤버인 제이홉은 전라도의 무등산과 홍어를 들먹이며 가사에 재미를 더하며,





가가 가가? 이런 말은 아나? 갱상도는 억시다고? 누가 그카노

머라케샀노 갱상도 정하모 아나바다 같은거지 모 니가 직접와서 한번봐라

아 대따 마 대구 머스마라서 두 말 안한다카이!!

하모하모 갱상도 쥑인다 아인교!! 아주라 마!! 우리가 어디 남인교!!

 

경상도 출신 래퍼 4명(슈가, 뷔, 정국 + 지민)은 남성적인 경상도 방언의 특성을 한국인의 심정적인 모습과 연결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가장 압권은 리더 랩몬스터의 랩 대목이다.

 



아 이 촌놈들 난 Seoul state of mind 
난 서울에서 나서 서울말 잘 배웠다 요즘은 뭐 어디 사투리가 다 벼슬이다만
그래 인정할게 악센트들이 멋은 있다 하지만 여긴 표준인 만큼 정직해
처음과 끝이 분명하고 딱 정립된 한국말의 표본으로 정리되지
Only ours goes with English, yall never understand it 


Okay 솔직히 솔직해질게 
경상도 사투리는 남자라면 쓰고 싶게 만들어 전라도 말들은 너무나 친근해
한번 입에 담으면 어우야 내가 다 기쁘네
Why keep fighting 결국 같은 한국말들 
올려다 봐 이렇게 마주한 같은 하늘 살짝 오글거리지만 전부다 잘났어
말 다 통하잖아? 문산부터 마라도


 

다른 멤버들의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예찬(?) 후에 나오는 경기도(표준어) 대표 랩몬스터의 일갈.

구수한 말투와 억양은 없이 다소 삭막한 표준어이지만 모든 말의 표준이 되는 표준어 즉 서울말의 기본 이념을 밝히는 대목이다. 솔직히 기본 상식 같은 이야기지만, 각지의 사투리가 방송가에서 무분별에게 남용되고 은어와 축약어가 '유행어'라는 이름으로 표준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작금의 분별없는 언어문화를 무척 세련되게 지적하며 모든 말의 기본이라는 표준어의 정신을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리더는 ‘정직’과 ‘정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나는 이 단어들이 참 마음에 든다. 표준어가 표준어라서 반드시 옳다는 주장이 아니라, 그리고 사투리가 지방의 언어라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표준어로서 지녀야 할 기능을 적절하게 짚어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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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어체계 안에는 필연적으로 부수 언어(이를테면 지방어)들이 존재하며 그것들을 통제할 수 있는 중심 언어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말에서 표준어가 그 중심 언어의 역할을 수행하며, 소위 이 ‘서울말’이 깔아놓은 무색무취의 표준 속에서 각 지방의 언어, 즉 ‘남자라면 쓰고 싶게 만드’는 차지고 거친 경상도어와 ‘한번 입에 담으면 어우야 내가 다 기’쁠 정도로 친근하고 구성진 전라도어의 멋과 맛이 사는 것이다.

 

랩몬스터는 바로 이점을 언급한 것이다. 랩으로 흥겹게.

 

음악이라는 장르의 절반은 언어 즉 말에 빚지고 있다. 특히 속사포 같은 랩으로, 즉 무수한 언어로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래퍼라는 점에서, 래퍼 랩몬스터가 이런 우리말에 대한 통찰을 대중가요로 선보였다는 점은 분명  칭찬받을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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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강산>은 멤버들의 아이돌답지 않은 언어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 가삿말이 탁월한 곡이었지만, 이 노래가 훌륭한 점은 또 있다. 이런 노래들이 가끔 자칫 가사 전달에만 집중해 곡의 전체적인 리듬과 사운드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팔도강산>은 경쾌하게 시작하는 관악 소리와 아낌없이 쏟아 붓는 풍부한 사운드, 흥이 넘치는 싸비까지, 전체적으로 꽉 찬 느낌을 주는 완성도 높은 곡이다.

 


<팔도강산> 말고도 BTS는 아이돌답지 않게 꽤나 날카롭고 깊은 의미를 랩으로 담은 곡들을 많이 선보였다. 가사를 찬찬히 음미하면 조금 놀랄 정도. 데뷔 2년 차가 되어 신인과 중고신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경계의 아이돌의 자화상을 쿨하게 그린 <2학년>, 노스페이스로 정의되는 남고생들의 새로운 교복 문화를 조롱하고 비판한 <등꼴브레이커>, 스마트폰에 파묻혀 소원해진 친구 사이를 지적하는 <핸드폰 좀 꺼줄래> 등 나름 성찰적인 음악성을 선보이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조만간 이들 노래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다. <팔도강산>의 가사 전문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그럼 난 또 덕질 하러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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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once again

Bighit Represent

우리는 방탄소년단

Let Go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마마 머라카노! (What!) 마마 머라카노! (What!)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우리가 와불따고 전하랑께 (What!) 우린 멋져부러 허벌라게

 

아재들 안녕하십니꺼 내카모 고향이 대구 아입니꺼

그캐서 오늘은 사투리 랩으로 머시마, 가시나 신경 쓰지 말고 한번 놀아봅시더

 

거시기 여러분 모두 안녕들 하셨지라 오메 뭐시여! 요 물땜시 랩 하것띠야?

아재 아짐들도 거가 박혀있지 말고 나와서 즐겨~ 싹다 잡아블자고잉!!

 

마 갱상도카모 신라의 화랑 후예들이 계속해서 자라나고

사투리하모 갱상도 아이가 구수하고 정겨운게 딱 우리 정서에 맞다 아이가

 

아따 성님 거거 우리도 있당께 뭣좀 묵엇단까? 요 비빔밥 갑이랑께

아직 씨부리잠 세발의 피이니께 쫌따 벼~ 개안하게 풀어블라니까

 

가가 가가? 이런 말은 아나? 갱상도는 억시다고? 누가 그카노

머라케샀노 갱상도 정하모 아나바다 같은거지 모 니가 직접와서 한번봐라

아 대따 마 대구 머스마라서 두 말 안한다카이!!

하모하모 갱상도 쥑인다 아인교!! 아주라 마!! 우리가 어디 남인교!!

 

시방 머라고라? 흐미 아찌아쓰까나 전라도 씨부림땜시 아구지 막혀브러싸야

흑산도 홍어코 한방 잡수믄 된디 온몸 구녕이란 구녕은 막 다 뚫릴 텬디

거시기 뭐시기 음 괜찮것소? 아직 팔구월 풍월 나 애가졌쏘

무등산 수박 크기 20키로 장사여~ 겉만 봐도 딱 가시내 울릴 방탄여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마마 머라카노! (What!) 마마 머라카노! (What!)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우리가 와불따고 전하랑께 (What!) 우린 멋져부러 허벌라게

 

(Talk)

 

아 이 촌놈들 난 Seoul state of mind

난 서울에서 나서 서울말 잘 배웠다 요즘은 뭐 어디 사투리가 다 벼슬이다만

그래 인정할게 악센트들이 멋은 있다 하지만 여긴 표준인 만큼 정직해

처음과 끝이 분명하고 딱 정립된 한국말의 표본으로 정리되지

Only ours goes with English, yall never understand it

Okay 솔직히 솔직해질게

경상도 사투리는 남자라면 쓰고 싶게 만들어 전라도 말들은 너무나 친근해

한번 입에 담으면 어우야 내가 다 기쁘네

Why keep fighting 결국 같은 한국말들

올려다 봐 이렇게 마주한 같은 하늘 살짝 오글거리지만 전부다 잘났어

말 다 통하잖아? 문산부터 마라도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마마 머라카노! (What!) 마마 머라카노! (What!)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우리가 와불따고 전하랑께 (What!) 우린 멋져부러 허벌라게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마마 머라카노! (What!) 마마 머라카노! (What!)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우리가 와불따고 전하랑께 (What!) 우린 멋져부러 허벌라게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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