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쓸모한 모임들
서울소셜스탠다드, 위즈돔, 오픈팩토리, 에너비앤비, 위너플,
소셜다이닝 집밥, 우주, 청춘여가연구소, 노란책프로젝트
기성의 문화, 기성의 제도, 기성의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모임들이다. 영리와 비영리를 떠나 이들의 활동 방식은 충분히 독창적이다. 이들의 존재는 경제적 풍요로 배부른 철학자의 사치스러운 여가로 보일 수도, 아니면 반대로 극도의 빈곤이 불러온 기성사회에 대한 거부의 움직임으로 보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기성 질서에 편입된 이들이 보기에 이들의 활동은 하찮고 무가치하다는 것. 사회발전의 결과이자 사회 붕괴의 전조이기도 한 이들 인디그룹의 발흥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중력을 거부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지금 이 땅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쌓아 올린 장엄한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뜻이다. 비용을 지불하든 무료로 사용하든 본질은 똑같다. 설혹 그것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리려는 모의라 할지라도 그 과정은 철저히 자본주의에 편입되어 있다. 우리는 거대 기업의 검색엔진을, 통신선을, 교통설비를, 전자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물질적인 것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본에 길들여져 있다. 가치의 정도를 돈으로 매기고 그것을 돈으로 획득하는 생활 패턴은 태어나자마자 언어와 함께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학습한 일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영리해져야 한다. 주적(主敵)의 이기를 적절히 활용해 주적을 무찔러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적에게 동화될지도 모른다. 김수행 교수는 <21세기 자본>을 쓴 피케티가 머리는 똑똑해 보여도 '자본주의가 잘못되었다'라는 말은 할 줄 모르는 모질이라고 웃었다. 그는 자본주의가 잘못되었다면 어서 빨리 자본주의를 망가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자본주의에 길들여지고 거기에 속해 생계를 영위하는 자들에게 자신의 삶의 터전을 때려 부수라는 요구는 너무 버겁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에 더 주목해야 한다.
나와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을 알고 싶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방법은 지금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새로운 대안은 없다. 위에 열거한 무쓸모한 저 모임들은 바로 그 길을 찾고 있고, 더러는 그 길을 이미 걷고 있는 모임들이다. 지금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차라리 조금 먼저 답안지를 제출한, 그것의 시비를 떠나 그들만의 액션을 시작한 사람들의 궤적을 좇는다면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조금씩 커닝을 해보려 한다.
*타이틀 사진 출처: http://3sio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