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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일팔 Nov 29. 2015

'노무현'이라는 역사

내가 노무현에 관한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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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7시 40분. 늦은 저녁을 먹고 TV 앞에서 앉으니 8시 30분. 퇴근 후에는 되도록 책을 읽거나 밀린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날은 TV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유혹의 주인공은 어느 종편의 정치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강용석·김갑수·최봉규·박종진 등 입심 좋은 패널들이 대거 출연한 프로그램이었다. 



주제는 ‘인간 노무현’이었다. 



프로그램은 정치 입문기부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뤘다. 한때 정치라는 밥그릇 싸움에 대해 공부를 하거나 이해를 하려 들기는커녕 구경조차 할 필요가 없다고, 막연하고 무지하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노무현’이라는 단어만큼은 괜스레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간다. 비록 정치에 대해선 아는 것도 없고 내가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 또는 시장의 당적조차 확실히 답할 수 없는 ‘정치바보’이지만, 고인의 행적과 고민에 대한 기사나 언급을 발견하면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다. 본능적인 느낌이랄까. 그분에 대한 나의 정치적 입장은 ‘빠돌이’의 그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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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해당 프로그램을 다 본 뒤 집안 여기저기 꽂혀있는 책들 속에서 간신히 노무현에 관한 책 두 권을 찾아냈으며,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은 뒤 이 두 권을 모두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세웠으며, 안타깝게도 이 두 권 모두 노무현 본인의 책이 아니었기에 조만간 시중에서 노무현의 저서를 구입해 읽어보겠다는, 실로 야심 찬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대중매체의 포퓰리즘에 전도된 어느 평범한 무지렁이의 한가한 취향이라고 조롱할 수 있겠으나, 설사 그런 조롱을 듣는다고 해도 당분간은 노무현이라는 사람, 노무현이 겪은 정치사에 대해 깊이 탐구해보고 싶다.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한 어머니 역시 나와 함께 이 모 전 대통령을 신랄히 비난, 이라 적고 ‘쌍욕’이라 읽는다, 고인을 추모하고 안타까워했다. 어머니 역시 집에 있는 그분에 대한 책 중 한 권을 화장실로 들고 가 묵묵히 들여다보셨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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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에서 패널들은 각자 위치한 정치적 포지션에서, 자신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성향에 의거해 노무현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모든 방송이 그러하듯 하나의 중론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졌고, 그렇게 방송은 노무현에 대해 미완의 평가를 내리며 끝을 맺었다. 그 평가는 대략 이런 것이었다. 



“개혁 의지 충만했으나 정치력이 부족했다.” 


“권위주의 타파했으나 대통령 감이 못 되었다.” 


“시도는 좋았으나 너무 많은 것을 급하게 건드렸다. 조급했다.” 



공저로 노무현 추모집을 내기까지 한 김갑수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다소 투박하고 조급했던 정치개혁을 인정했다. 노무현을 수식하는 말은 너무 많다. 바보 대통령, 서민 대통령, 유사 이래 최초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 대한민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통령. 그리고 가장 슬픈 별명은 이것이다. 한 정치인이 겪을 수 있는 정치적 파란을 온몸으로 돌파하고 끝내 그 무게에 깔려 죽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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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당합당에 대한 즉각적인 비난과 반박, 친부 살해와 거대 여당을 박차고 나온 뒤 겪은 정치적 위기, 결정적인 순간에서 지지 후보의 돌연한 지지 철회, 헌제 이후 최초의 탄핵 대통령, 대한민국 대통령 중 최초의 자살. 노무현이 겪은 정치사는 그 자체로 한국 최 현대사 30년의 역사였다. 한 개인의 인생은 그가 살았던 시대와 문화, 정치와 사회, 경제와 일상에 대해 많은 것을 암시해준다. 



그래서 개인사는 중요하며 그런 조각이 모여 거대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 하물며 국가 통수권자이자 국가 정치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의 역사는, 그것도 가장 많은 논쟁과 분노와 비난과 멸시를 낳은 임기를 거친 대통령이자 아직까지도 정치적으로 오용되고 악용되고 이용되고 있는 대통령의 역사는 우리에게(적어도 현대 한국의 정치적 지형도와 한국 정치와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갈등의 기원을 탐구하고 이해하려는 사람들) 실로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TV를 다 본 뒤 노무현에 관한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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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5월 26일에 작성된 초고를 다듬은 글입니다.

* 사진 출처

1. http://photohs.co.kr/xe/5888

2. http://www.hyanglin.org/bbs/album03/183545/page/11

3. http://www.ozpiece.com/index.php?document_srl=323378&mid=board_fun

4. http://www.redian.org/archive/49248

5. http://hopergy.tistory.com/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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