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보는 마음

소심한 일주택

by 산과물


집부터 구해야지

2020년 12월, 우리는 혼인신고를 했다. 당시 2019년도부터 계속된 아파트의 상승 아닌 폭등은 2020년을 지나 2021년까지 계속됐다. 남들보다 크게 유복하진 않았지만 부족함 없는 부모님의 자식 사랑으로 너무 편하게만 자란 탓이 아니었을까. 집을 먼저 알아보고 결혼을 선택한 건 아녔기에 빠르게 진행되는 모든 상황들이 책임지지 못할 부분들까지 감당하려는 건 아닌가 내 그릇을 크기를 생각하며 욕심 가득 찬에 버거운을 느꼈다.


혼인신고를 하기 이전으로 돌아가, 나는 의정부와 그리 멀지 않은 양주 옥정신도시 단지의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생각했다. 그 당시 우리가 감당해야 할 가격의 적정선보다도 조금 높았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양주 옥정신도시 주변 아파트를 찾아다녔다.


생애 처음 들어선 부동산에서 우리는 어리버리한 기색이 역력했고 조금은 성숙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부동산 방문이 처음이라는 걸 티 내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알고 있던 이야기를 부동산 사람들에게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더 어리버리로 보였을지 뻔한 그림이었다.


그날부로 신도시 부동산 투어는 시작됐고 가격에 맞춰 집을 구경하러 다녔다. 결혼을 하려고 마음먹었기에 와이프와 함께할 집을 알아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양가에도 이 소식을 알려야만 했다. 워낙 성격이 급하신 아버지는 그 소식에 당장 관심을 갖게 되셨고 그렇게 바로 다음날 부동산에 찾아가 우리가 봤던 집을 한 번 더 가족과 함께 보게 됐다. 단독주택으로만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로서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로만 현재 부동산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고 그 부분은 아버지의 생각을 더욱 단단하게 갖게 했다. 아버지는 확신은 없었지만 믿음은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고민만하고 시간을 까먹고 있는 자식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쓸만도 하다. 그게 부모님의 미안함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막차라도 놓쳐버릴까 노심초사하시는 자식 보는 마음이 따뜻했지만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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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계약서를 썼다. 정확히 가계약금을 걸고 나왔다. 부동산 사장님의 마케팅은 우리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신혼부부에겐 굴러들어 온 떡이었고 작은 결정에도 오랜 기간 따져보고 결정하는 나에게는 맞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상황은 바로 부담감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신도시라는 프리미엄과 동시에 우리가 생각했던 가격보다 조금은 높아졌지만 좋은 환경에서 와이프와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에 큰 결단을 했다고 느꼈다.


대출 한 번 일으켜 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 밑에서 자란 나는 없으면 없는 데로 남부러워하지 말고 살으라는 소리를 밥먹듯이 듣고 자랐다. 할머니와 손을 잡고 시장에 가면 할머니가 돈 쓰는 게 싫어서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소리에도 '아니야 얼른 가자!'라는 말을 먼저 했던 나였다. 시대를 잘 못 타고난 것 같은 기분이 요즘에 와선 많이 들기도 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남에 것 부러워하지 말고 절대 탐하지 말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은 한 발 더 나아가 바라보지 못한 나의 시야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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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


빨리 계약서라도 써놓지 않으면 누가 채갈 거라는 말에 홀라당, 저런 말 상술이라 생각하면서도 정말 그런 부동산 시장이었지만 계약도 하지 않았던 상황에 부동산 사장님의 그 한 마디는 마치 내 집을 누군가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빼앗길 것 같은 기분과 동일한 기분이 들었고 급하게 가계약금을 넣었다. 그 후로 몇 천만 원의 제대로 된 계약금을 넣기까지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돈은 정말 큰 결단이었다. 이렇게나 큰돈을 한 번에 사용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어른들의 말로는 인생의 가장 큰 소비를 쇼핑에 비유했다. 원하는 아파트를 갖기 위해선 대출을 이용해야 했다. 다행히 그 당시는 저금리 시대였기에 신혼부부 생애최초 대출을 이용해 최대한도 가까이 대출을 받았다. 30년 치 미래 자금을 미리 땡겨쓰는 샘이었다. 다들 그렇게 이용했고 그렇게 해야만 삶의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게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대출을 받기 위한 서류 준비를 시작했다. 주변에선 인생의 한 번뿐인 신혼부부 대출이기에 이자가 낮은 만큼 가능한 한도까지 최대한 받아 놓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다가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에 밝은 면만 볼 수 없었기에 현재 상황에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만 대출을 받았다. 욕심은 끝없는 욕심을 낳는다. 나는 10년가량을 아파트에서 살아봤지만 반대로 20년이 넘게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자산의 상승과는 별개로 10년과 20년의 행복의 차이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