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 선생이 다녀갔다. 연세가 80줄에 걸린, 내 아버지와 갑장인 어른이다. 김 선생은 임헌영 교수 문하에서 함께 공부하는 문우로 만났다. 깔끔히 다림질된 모시 셔츠를 입고 한 손엔 케이크를, 한 손엔 본인의 저서 몇 권을 봉투에 담아 들고 교통편도 안 좋은 가게로 걸음 하신 것이다. 선생의 성품이나 차림으로 보아 그의 수필과 시가 얼마나 단정할지 짐작이 된다. 성품처럼 쓰시지 않겠나.
사모님이 편찮으시다더니 안색이 지쳐 보인다. 그 와중에도 동네에서 수필 강의를 하고 계시단다. 수필 이야기를 할 때 선생님은 웃고 계셨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이야기할 때 도파민이 나오는가 보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걸 보니. 선생은 식사도 안 하고 동파육 2인분을 포장하여 뒷모습만 남긴 채 홀홀 떠났다. 사모님과 두 분이 드실 음식일 것이다. 면 한 그릇 드시고 가시라 해도 혼자 병석에 있는 부인을 두고 노닥노닥 이야기 나누며 식사하는 게 편치 않으신 듯 곧 일어나셨다.
서울 집을 정리하고 따님이 사는 천안으로 이사한 후, 박탈감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던 김대원 선생이다. 그러나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저 뒷모습을 외로움이라고만 할 수야 있겠나. 꼿꼿한 등은 응축된 그의 인생이고, 저렇듯 단정하고 반듯한 발걸음은 선생의 살아온 길일 터다.
*김대원 수필가
수필집 <먼 산에 달이 오르네> <백학산의 가을> <한 뼘의 별 바라기> 등의 수필집이 있다.
가게이 있는 작은 책꽂이에 선생의 책을 꽂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