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서운
가게 앞 무지개
비 그치고 난 뒤 가게 앞에 무지개가 떴다.
서운이라고 봐야겠지? 아니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하자.
태풍 카눈으로 피해 컸던 사람들에게도 이 행운을 나눠 드린다.
시화호로 휴가 떠나다
이틀이나 문을 닫고 소위 휴가라는 걸 다녀왔다.
오이도 염전 취재 갔던 때가 20년도 더 지났다. 그때 이후 그 동네 갈 일이 없던 내가 이번 휴가에 오이도 가까이, 시화호에 다녀왔다.
상전벽해라더니 딱 그 말이다. 염전은 아주 형식적으로 작게 남아 있고 온천지가 아파트 밭으로 변했다. 아쉽다는 말도 경이롭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었다.
왜 이 순간에 린츠의 도나우 강이 떠오르는 거지? 애써 개발하지 않은 채, 구시대적 풍경을 안고 있던 도나우다. 거기에 갔을 때 나는 ‘아름다운 푸른’이라는 수식어를 부정했었는데, 살아 있는 강 도나우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이도는 은빛 염전이 수평선까지 닿아 있던 곳이었다. 좁은 대지의 우리나라에 그런 곳 한 곳쯤 남겨두어도 좋지 않았을까, 그만한 볼거리가 또 어디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그 자체로 관광코스다. 규모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오이도 염전도 그만한 매력이 있었다.
시화 방조제로 막힌 바다는, 시화호라 불린다. 태풍 카눈으로 모두들 집에서 칩거할 시간에 나는 바다로 나갔다. ‘태풍 구경’이라고 하면 너무 위험한가?
바다 코앞에 동생이 마련한 작은 콘도가 있다. 거실 창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볼 기대로 간단한 행장을 꾸려 이곳에 왔다. 그러나 동해로 방향을 잡은 카눈 덕에, 서해 바다에는 물결만 크게 너울지고 말았다.
바람은 공포를 유발할 정도는 되었다. 바닷가에서 우산을 펼치자마자 낙하산 효과가 나타났다. 둥실~(기분이 그랬다는 얘기다), 우산에 몸이 딸려 갈 뻔했다.
시화 방조제 공사로 만들어진 것인지, 시화에는 인공섬이 두 개 있다. 반달모양의 반달섬과 거북 모양을 한 거북섬. 반달섬과 거북섬이 관광지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거북섬에는(?) 세계 수준의 서핑 보드 연습장이 있고, 대형 요트 정박장이 있다. 시화가 해양 스포츠 천국이 될 모양이다. 입장료 내고 들어가지 않아도 난간에 기대 서 서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좌) 콘도 앞의 시화호와 (우) 반달 섬 카페 2층에서 내려다본 서해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