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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진 이성숙 Aug 18. 2023

영화 <오펜하이머>

원자 폭탄의 아버지, 그의 일대기

밤, 느닷없이 차를 몰아 극장 주차장에 세웠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막 시작되었다.

표를 사 안으로 들어간다. 극장은 텅 비었다. <오펜하이머>는 광복절에 개봉했다. 일본은 이 영화 개봉을 언제로 할지 고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영화가 핵무기 개발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니 그럴 만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42년, 2차 대전이 한창일 때다. 전쟁 종식을 위해(승리를 위해) 인류를 파괴할 만한 위력의 무기가 필요했다는 건 아이러니라 해야 할까.

덥수룩한 은발의 아인쉬타인을 영화 속 인물로라도 만날 수 있어 나는 알 수 없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영화 내내 두 세 차례 등장할 뿐이지만 그의 비중감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영화의 본류를 구성하는 것은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박사의 실화다. 영화는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 주요 인물이었던 J.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를 통해 극적 핵개발 과정, 과학자와 정치가 사이의 냉정을 그린다.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는 오펜하이머의 대사를 통해 영화는 과학의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핵 개발을 멈출 수 없는 오펜하이머 박사의 실존적 고뇌. 영화의 재미를 위해 빠질 수 없는 오펜하이머 주변의 여인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오펜하이머>는 지적 오락적 흥미를 두루 갖춘 잘 만든 영화다.

핵 실험 장면에 음향을 제거함으로써 그 파괴력을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 연출 의도도 감각적이다. 고막을 찢고야 말 핵폭발음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싶어 나는 그 장면이 오기 전부터 긴장 속에 있었다.


섬뜩한 아름다움을 지닌 핵구름… 과학의 진보는 무기의 발달을 가져온다던 누군가의 명언이 있었던 것도 같다.

과학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트루먼은 그 파괴의 단추를 누르고, 평화는 결국 무력으로 지켜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전쟁은 끝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수작이다. 배우 캐스팅은 얼마나 치밀한지, 실제 오펜하이머와 극 중 그를 연기한 배우 킬리언 머피를 비교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물론 아인쉬타인도!

오랜만에 아카데믹 장르의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배우 킬리언 머피(좌)와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 실제 얼굴(우)


영화 포스터다. 백색 핵구름이 만들어지는 장면(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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