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기차로 1시간, 음악의 도시 빈에 도착했다. 빈 일정은 이틀.
가방을 기차역 라커에 넣어두고 시내로 나선다. 빈은 크지 않은 도시다. 사실 도시를 스캔하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렇게 말한다면, 빈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침 일찍 빈에 도착해서 이튿날 밤까지 매우 허겁지겁 이틀을 사용했다. 빈 일정을 이틀만 잡은 것은 실수였다는 얘기다. 국립오페라 극장이 공연을 안 해서! 차라리 다행이었던 일정이다. 오페라 공연을 봤다면 무조건 사흘은 써야 한다.
한국 지하철 2호선 라인처럼 빈에는 도시 중심부를 U자로 연결하는 링 라인이 있다. 링 라인 안쪽이 구 시가지인 셈, 유적지나 여러 중요한 장소들은 링 라인 안쪽에 거의 포진해 있으므로 뚜벅이 여행자에게는 동선이 길지 않아 좋다.
링 라인 중앙이 슈테판 광장이고 그 중앙에 슈테판 성당이 있다. 링 라인은 북동쪽의 훈데르트바서와 프라터 공원, 남동쪽의 벨베데레 궁전까지 연결된다.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사진만 쭉쭉~ 찍어댔다.
기독교 역사 상 최초의 순교자가 슈테판이다. 슈테판 성당은 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곳, 고딕양식의 성당외관은 웅장하고 섬세하다. 성당 지붕은 타일을 사용한 것인지 갖가지 색으로 모자이크 되어 있다.
차례대로, 슈테판 성당 뒷면, 대성당 전경.
슈테판 성당 내부와 대성당 입구
슈테판 성당 앞 광장의 마차들. 한 할머니가 마차삯을 흥정하고 있다.
슈테판 성당 뒤쪽 구석에 있는 조형물. 동전을 쌓아 올려 만들었다. Raising Hands.
앙커우어 인형 시계다.
슈테판 성당 뒤쪽으로 조금 걸으면 빈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호어 마르크트 광장이다. 이곳에 명물 두 가지가 있다 하여 찾아본다.
앙커 보험회사의 두 건물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에 걸린 시계, 앙커우어 인형시계다. 가만히 보고 서 있으니 인형이 조금씩 움직인다. 매 시 정각에 오스트리아의 중요한 인물 인형이 이렇게 나타난다. 시계 중앙 양 옆을 자세히 보면 대기 중인 인형들이 보인다. 12시에는 열 두 사람이 모두 나타난다고 하는데 내가 간 시간은 11시 15분이 조금 넘었다.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자리를 뜬다. 아르누보 양식의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 시계다.
호어 마르크트 광장의 결혼 분수.
시계 옆 광장 중앙에는 화려한 동상, 결혼 분수 Vermahlungsbrunnen가 있다. 주례인 듯 가운데 한 사람이 있고 신랑과 신부가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양 옆으로 천사들이 신랑 신부를 축복한다. 분수라 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물을 볼 수는 없다.
호어 마르크트 광장은, 합스부르크 시대 때는 공개 처형장으로도 사용된 아픈 기억의 장소다. 이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결혼 분수가 서 있다. 빈의 과거와 현재다.
결혼 분수를 보고 앙커우어 시계를 지나, 오던 길로 무작정 걷는데 익숙한 이름의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1400년경 출생한 신성 로마 제국의 귀족, 인쇄업자 구텐베르크. 세계최초 금속활자를 발명한 사람이다. 활자 발명으로 세상은 한결 풍요로워졌다. 주변을 살피니 구텐베르크 식당도 있고 같은 이름을 딴 카페도 있다.
구텐베르크 동상.
시계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피그뮐러 식당 간판이 보인다. 1905년 문을 열었으니 100년이 넘은 식당이다. 슈니첼 전문이라 하고 한국인들에게도 빈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해서 호기심이 있었으나 튀긴 음식은 이제 그만이다! 집 떠난 지 한 달이 넘어가니 식사는 점점 한식만 찾게 된다. 싼 일식집 김밥이 슈니첼보다 맛난 게 내 입맛이다. 슈니첼은 고기망치로 두들겨 얇게 편 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내는 것이다. 내게는 돈가스의 다른 버전 정도. 미안하지만 가게만 구경하고 나온다.
피그뮐러 식당. 피그뮐러 식당 뒤 쪽으로 구텐베르크 식당이 보인다(오른쪽).
피그뮐러 식당 맞은편, 위스키 전문점에도 들러본다. 가격도 좋은데 무게 때문에 선뜻 사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