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3) / 체코
프라하에는 특이한 디자인의 동상들이 많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공중에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 동상이다. 집을 나서 릴리오버 거리를 따라 걷다가 왼쪽 후소바 거리로 꺾어지는 코너에서 공중을 쳐다보면 한 사나이가 막대에 매달려 있다. 왜 이런 곳에 동상을 두었는지 궁금하다. 데이비드 체르니 작품.
두슈니 거리, 숙소에서 250미터 떨어진 가까운 곳이다. 동상은 양복을 입고 있지만 목과 가슴 부분이 뻥 뚫려 있고, 그 위에 한 남자가 목마를 타고 있다. 그가 프란츠 카프카다. 이 또한 괴상한 동상이랄 수밖에. 뻥 뚫린 가슴은 카프카의 심장일 거라고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해한다.
카프카 동상. 동상은 양손과 두 발이 없다. 가슴은 섬뜩하리만치 깊게 뚫려 있다.
푹신해 보이는 1인용 소파에 남자로 보이는 사람이 자그맣게 들어앉아 책을 읽고 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구시가를 걷다 어디선가 발견한 동상이다. 데이비드 체르니 작품으로 추정된다.
독서하는 사람
모차르트 기념 동상이다. 1787년 10월 29일 에스테트 극장에서 모차르트 지휘 아래 초연되었던 돈 지오반니를 기념해서 세웠다. 동상은 에스테트 극장 앞에 있다. 모짜르트는 이 극장에서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에스테트 극장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무대이기도 하다.
조각가 안나 크로미 작품.
지오반니가 기사장의 딸 안나에게 쫓겨 얼굴을 안 보이려고 집 안에서 뛰쳐나온다. 그녀의 아버지가 달려와 지오반니와 결투하나 지오반니는 기사장을 찔러 죽이고 부하와 함께 도망쳐 버린다. 안나는 아버지 원수를 갚기 위해 약혼자 옥타비오를 데려오고, 그러는 동안 지오반니는 다시 농부의 딸이며 마제토의 약혼녀인 체를리나에게 접근한다는 내용의 지오반니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지만 역시 평범한 모양이 아니다.
금속 두상은 약 10센티미터 간격으로 분리되어 있어 각각 다른 각도와 속도로 회전한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약 15분간 회전하는데, 완전히 한 바퀴를 돌면 카프카의 온전한 얼굴이 된다. 회전하는 절개된 두상은 어쩐지 카프카의 운명처럼 보여 슬퍼지기까지 하는 동상이다. 데이비드 체르니 작품.
카프카의 움직이는 두상과 두상 규모를 설명한 안내문이다.
올드타운 광장 한쪽에 서 있다. 15세기 종교개혁과 체코 민족주의 운동의 선구자 얀 후스를 기리는 동상인데, 특이한 디자인은 없지만 기상과 기백이 느껴지는 매우 활동성 강한 모양을 취하고 있다. 얀 후스는 독일의 루터보다 100년이나 앞서 종교개혁을 주도한 인물이다. 동상은 얀 후스 화형 500주년을 추앙하여 1915년에 건립된다. 개신교도의 승리와 민족 중생을 상징하는 아이를 안은 젊은 어머니 상이 후스 동상 아래에 조각되어 있다. 동상 거치대에 새겨진 위대한 두 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진리를 요구하십시오.”
“나의 민족이여 부디 살아남으시오. 당신의 나라가 당신에게로 돌아올 것입니다.”
보헤미아 군주로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된 카를 4세다. 그의 재임시기 동안 프라하는 황금기를 누린다. 카를교 동쪽 끝에 세워져 있다.
이 밖에도 곳곳에 특이한 동상이 많지만 내가 이해한 건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