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 헝가리
프라하에서 ICC 야간열차를 타고 부다페스트에 도착한다. 10시간.
포브스 등 유명잡지에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언급했던 부다페스트다. 부다페스트에 빠질 준비가 되었다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는 것도 좋다. 부다페스트는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나는 하루를 시내 투어로, 이삼일을 온천 투어로 예정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 크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헝가리는 세계 최고의 온천 나라다. 아 물론 다뉴브 강을 끼고 있는 부다페스트의 야경도 빠뜨릴 수 없다.
아침 안개를 가르며 기차가 부다페스트 역에 도착한다.
밤새 침대 열차를 타고 오느라 숙면에 실패했다. 사실 처음 타보는 침대열차는 생각보다 훨씬 아늑하고 시설도 좋았다. 잠을 잘 못 잔 건 나의 예민한 신경 때문이었다. 아침이 오자 열차 차장이 커피와 차를 서비스해 준다. 객실에는 물과 요기가 될만한 간식도 마련되어 있다. 차와 헝가리 빵으로 요기를 한 후 기차에서 내린 나는 호텔 로비에 가방을 맡기고 호텔이 있는 페스트 지역을 돌아보기로 한다.
호텔에서 이슈트반 대성당을 거쳐 강기슭에 이른다. 택시를 부를까 하다 걷기를 택한다. 집 떠나 떠돌이 여행을 하다 보니 걷는 데 이골이 났다. 이제 2,30분 거리는 어렵지 않게 걸어 다닌다. 호텔에서 성당까지 도보 25분. 걷다 보니 길가에 웅장한 상아색 건물이 나타난다. 헝가리 국립 오페라 하우스다. 내부 관람이 허용되어 안으로 들어간다.
잠도 설치고 아침도 거른 참이라 오페라 하우스 1층 카페테리아에 앉는다. 메뉴에 굴라시가 있다. 굴라시는 헝가리 특산이라 반갑게 주문을 하는데 재료가 떨어졌단다. 아쉽지만 오리 다리 구이와 카페의 대표 케이크(초콜릿 케이크 위에 오페라 하우스라고 쓰여 있다)로 기분을 달랜다. 오리 다리 구이는 꽤 괜찮은 맛이다.
ICC 국영 열차 침대칸.
이슈트반 성당 내부와 천장 돔
헝가리 국립 오페라 하우스
세체니 다리. 이슈트 반(스테판) 대성당에서 세체니 다리까지는 구글 앱에 6분으로 뜬다. 나는 천천히 걸어 10분 만에 도착한다. 다리 아래로 다뉴브 강이 물결치고 있다.
성당을 나와 다뉴브 강 산책로의 특별한 신발을 만나러 간다. 나치에 의해 이곳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의 신이 현장에 쇠 조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신 속에 꽃을 두고 간 사람들, 쪼그리고 앉아 기도를 하거나 사진 찍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헝가리 의회 의사당. 다뉴브 강을 거슬러 걷는다. 얼마 안 가서 헝가리 의회 의사당 건물이 화려하게 등장한다. 밤이 되면 이 의사당을 배경으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다. 헝가리 의회 의사당은 영국 의회 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건물 바깥쪽으로 85명의 헝가리 역대 통치자 전신 조각상이 둘러 서 있다. 건물 외관은 일 년 365일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이 우뚝 서 있다.
헝가리 국민 시인 요셉 어띨로. 의사당 옆, 다뉴브 강을 바라보면서 작은 광장이 있다. 여기에 유니크한 동상이 하나 있는데, 헝가리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이란다. 외투를 옆에 벗어두고 계단에 앉아 모자를 손에 든, 사색적이기도 하고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는 멋진 디자인의 동상이다. 요절한 시인 요셉 어띨로다. 그의 필체를 그대로 그의 시 문구가 계단에 새겨져 있다. 해독할 수 없는 문구 앞에 그저 서 있는데 단정한 차림의 나이 지긋한 여성분이 다가와 어띨로에 대해 자상한 설명을 들려준다. 이 문구 해석을 받아 적었었는데 어디로 간 것인지,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메모는 하면 뭐 하나… 잃어버리고 말 것을… 시인은 슬프게도 궁핍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그의 낡은 외투와 실핏줄까지 드러난 손등에 깡마른 행색을 하고 있다.
의사당과 젊은 시인을 만난 후 트렘을 타고 다뉴브 강을 다시 내려온다. 트렘이 세체니 다리를 건너자마자 하차한다. 부다 지역이다. 요새처럼 높은 언덕에 세워진 부다 성에 가기 위해서 모노레일을 타러 간다. 부다 성 모노레일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만큼 디자인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모노레일 티켓은 편도나 왕복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왕복 티켓을 산다.
부다 성을 오르는 모노레일과 부다 성곽. 모노레일을 타지 않고 캐슬 힐(베르헤기)로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노레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이 녀석을 안 탈 수는 없다.
부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다뉴브 강 전경은 역시 아름답다.
공사 중인 건물(좌)과 부다 성 부속 건물로 보이는 작은 궁전(우).
부다 성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마련되어 있다. 헝가리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그곳에 가야 했지만 나의 목적은 산책, 박물관을 지나쳐 언덕을 오른다. 부다페스트의 현재 시간 23년 2월이다. 무슨 일인지 도시가 거의 공사 중이다. 왕궁과 교회 등에 거대한 흰 비닐이 덮여 있거나 크레인이 복잡하게 세워져 있어 어수선하다. 대형 화재라도 났던 것인지 건물들이 검게 그을러 있기도 하다. 이 왕궁도 화재 후 재건된 것으로 보인다.
정교한 조각의 마차슈 성당(좌)과 우측 뒤로 보이는 어부의 요새다. 공사 중인 도로를 이리저리 피해 도착한 마차슈 성당이다. 역대 왕의 대관식과 왕가의 결혼식이 이곳에서 거행되었다. 컬러풀한 지붕이 정말 예쁜 성당이다. 성당 외벽에는 왕의 대관식 장면이 부조되어 있다.
마차슈 성당 바로 뒤편에 흰색 뾰족탑을 가진 어부의 요새가 있다. 푸른 하늘과 다뉴브 강물과 흰 뾰족탑의 요새는 한 폭의 그림이다. 요새의 아치 사이로 페스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포인트다.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5시가 넘었다. 노을이 지고 있다. 호텔 뒤로 산책할 시간이다. 호텔을 나서 세체니 온천 쪽으로 걷다 보면 영웅광장과 만난다. 두 개의 원호 위에 영웅들 조각이 서 있다. 중앙탑을 본 후 광장 뒤로 걸으면 바흐다훈야드 성과 만난다. 야경이 아름답다. 바흐다운야드 성 옆에는 야외 스케이트 장이 야간 개장 중이다. 조명에 도드라진 흰 빙판과 성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이 고요한 밤을 반짝이게 한다. 빙판 위를 빙글빙글 도는 사람들 모습은 얼핏 보면 태엽 인형 같다. 익숙한 듯 낯선 부다페스트의 밤풍경이다. 회쇠크 광장의 초록 잔디 앞, 바흐다훈야드 성문이 고성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영웅광장(회쇠크 광장)의 영웅들과 광장 맞은 편의 미술관 야경이다.
바흐다훈야드 성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