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7)
신트라 궁전까지 보고 나오자 오후 3시. 호카곶까지 가자니 좀 모자란 시간이고, 지금 돌아가면 호카곶을 보기 위해 다시 이곳을 지나가기는 시간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먹어야 할까 떠나야 할까 고민이 깊었으나, 일정을 단축하는 쪽을 택한다. 주변에 있는 택시를 세운다. 헤이 가이! 카보 다 로카로 갑시다! 택시로 1시간 남짓의 거리다. 대중교통이 쉽지 않은 동선이다.
카보 다 로카에는 바람이 드세다. 대서양의 해풍이다. 한참 전 여름에 왔을 때는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만치 바람이 불더니 지금은 바람을 안고도 걸을 만하다. 겨울바람이 약한 것인지, 해 질 녘이라 고요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택시 기사가 묻는다. 여기서 리스본으로 어떻게 돌아갈 거냐고. 돌아갈 길을 생각도 않고 이 땅 끝까지 와버리다니! (카보 다 로카는 유럽 대륙의 최서단이다. 대서양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택시 기사가, 기다리겠단다. 맘 놓고 놀다가 가고 싶을 때 자기를 찾아 오란다. 그의 차 넘버를 기억에 저장한다.
파도가 거칠게 바위를 때리고 부서진다. 저리 부서지면 제 살도 아프련만.
이리저리 걷다 보니 호카곶에 해가 진다. 대서양의 일몰이다. 모두에게 익숙한, 지나치게 식상한 감정일지 모르나 숨이 멎을 듯 특별한 무언가에 사로잡힌다. 한참을 나무처럼 서 있다 택시로 향한다.
택시가 해안 도로를 타고 달린다. 기사는 카스케이스에 나를 내려주겠다 한다. 나는 카스케이스에 내려 파도와 노을을 좀 더 가까이 본 후 리스본행 기차에 오른다.
호카곶 표석(좌)과 그곳의 등대(우)다. 표석에는 ‘대서양이 시작되는 곳’이라 쓰여 있다.
어쩌자고 저리들 노을을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카스케이스 해변을 따라 달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