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잉여'가 아니라 유저 User다.
2001년도 초판 발행된 ‘소유의 종말’에서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수많은 대중을 잉여 인간으로 분류했다. 잉여라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어휘가 인간을 수식하는 ‘잉여 인간’은 냉랭하고 서글프기 그지없는 조어다. 이 책에서 제레미 리프킨은 인간을 세 종류로 나눈다.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적 인간 0.1%, 그 천재를 알아보는 안목 있는 인간 0.9%, 세상의 변화에 허둥허둥 따라가기만 하는 99%의 잉여 인간이 그것이다. 창의적 인간이란 예술가, 과학자, 기업가들처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새로운 그림이나 멋진 음악을 창조하는 예술가, 신기술 개발로 새로운 지식체계를 마련하는 과학자,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가 등을 1%로 보았다. 1%를 알아보는 안목 있는 인간이란 사고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인간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통찰력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99%의 일반 대중, 그들은 단지 소비하고 배설하는 잉여 인간이라는 주장이다.
스스로를 소시민으로 여기고 대중을 자처하며 살아가는 나이고 보면 나 역시 잉여 인간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잉여 인간이라는 깨달음은 종일 나를 우울하게 한다. 나로선 1%의 인간이 될 길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력 언론지 타임은 해마다 화제의 인물을 표지모델로 내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임의 표지모델이 되었다는 것은 영향력 있는 인물임을 반증하는 결과가 되기도 해 다음번 표지모델은 누구일까에 은근한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오래전이지만 2006년의 타임지 표지를 기억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특별한 여운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어떤 스타도 아닌 'You.'였으므로. 바로 당신, 아니 내가 주요 인물이었던 것. 남의 일로 피로감을 느낀 사회가 자기 안으로 관심을 돌린 시기가 이때가 아니었나 싶다. 잉여 인간으로 위축되었던 대중은 개인의 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은 10여 년 후 욜로 열풍으로 이어졌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안 홍보 영상 말미에 코믹하게 YOLO, Man이라고 말함으로써 신조어 욜로에 불을 붙였다. 마침내 YOLO는 2017년 옥스퍼드 대사전에 등재되었다.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이므로 현재를 후회 없이 즐기자는 뜻이다. 1%들을 바라보며 우울해하기보다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고 즐기는 풍토가 생겨난 것이다.
잉여 인간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을 제레미 리프킨이라고 하지만 그건 경제사에서의 얘기다. 우리 문학사에는 그보다 먼저 잉여 인간에 눈 돌린 사람이 있었다. 한국 전후 문학 대표작 중 하나인, 소설 「잉여 인간」을 쓴 손창섭. 작품은 1958년 『사상계』에 처음 발표되었으므로 『소유의 종말』보다 43년이나 앞선다.
제레미 리프킨의 잉여 인간은 생산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진단이다. 생산 능력이 없는 무능한 인간을 ‘잉여’라고 그는 가차 없이 내던진다. 그는 어떤 죄책감도 없이 대다수의 인간(잉여 인간)을 먹고 마시고 배설하다 다른 동물의 먹이로 돌아가는 하나의 유기체, Organic Material이라고 규정한다. 손창섭의 잉여 인간은 실존적, 탐미적이다! 작품 속에서 우리는 잉여 인간으로 대변되는 채익준과 천봉우를 만난다. 그러나 채익준이 없다면 기준이 흔들리는 사회에 경종을 울릴 이가 누구이며 천봉우가 아니라면 그 많은 사랑의 노래는 누가 부를 것인가. 우리에게는 채익준도 천봉우도 몹시 필요하다. 대중도 소시민도 필요하다. 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느라 정치인이 뽐낼 수 있고, 100만 사용자가 있으므로 아이폰 개발자가 빛나는 것이다.
오늘날 대중은 잉여 인간이 아니라 감시자이고 비판자이다. 효율적 소비를 추구하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들이다. 창의적이고 안목 있는 인간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그들을 몰고 가는 이 세상 사용자들 User이다.
사실 나는 대중으로 살아가기에도 바쁜 2등 인생이다. 그러나, 뒤따르는 자의 느긋함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의 자유와 태생적 엉성함으로 오늘도 재미나게 산다. 그래, 잉여라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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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 SAYS YOLO MAN !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