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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진 이성숙 Feb 02. 2024

협곡열차

백두대간을 달리는 협곡열차, V트레인 당일치기 여행이다.

지난주 큰눈이 내린 터라 눈 쌓인 산과 계곡을 보기 딱 좋을 때다.

잠실 종합운동장역에서 오전 7시 10분 출발한 버스는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에 한 번 들른 후 분천 기차역으로 향한다. 기차역 주변은 산타마을로 꾸며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산타마을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아이들보다 어른이 더 많은 산타마을이다. 어른들이 꼬마기차를 타고 탄성을 지른다. 나이만 먹었지 마음은 모두들 그 자리에 있나 보다. 기차 시간까지 20분 남았다. 산타마을을 둘러보고 따듯한 분위기의 찻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커피콩빵은 환상 궁합이다. 온기 흐르는 실내에서 내다보는 산타마을은 또 다른 풍경이다.


기차가 협곡을 뚫고 달린다. 좌석은 널찍하고 음료 꽂이가 마련되어 있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에 펼쳐지는 자연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살얼음 덮인 계곡 아래로 물 흐르는 광경, 눈과 초록으로 장식된 태백산맥에 감탄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 양원역이다. '가장 작은'이라는 수식어는,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자주 돌봐주어야 할 것만 같은 측은함을 동시에 지닌다. 승객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열차에서 내려 양원역으로 몰려간다. 주민 모금으로 지었다는 양원역 대합실이 의젓하게 서 있다. 양원역은 경상북도 울진군에 속하며 태백선상에 있다.


기차는 구문소에 들러 정차한 후 태백 탄광마을에서 사람들을 내려준다. 일행은 버스로 다시 서울로 귀환한다. 없어질 위기에 처했던 태백마을은 주민 청원으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단다. 양원역 못지않은 추억과 역사의 장소인데, 위기 끝에 살아남았다니 다행이다. 탄광 산업이 절정일 때 이곳은 돈이 넘치는 마을이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거리에는 다방과 식당, 광부들이 사용하던 장화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식당을 개조한 작은 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마지막 정차역은 구문소.

구문소는 사진가들의 명소이기도 하다. 빛 방향에 따라 동굴이 다른 형상을 연출한다! 그 신비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한두 차례 방문으로는 어림도 없다. 구문소 빛의 조화에 빠진 사람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빛 방향이 바뀔 때마다 이곳에 온다. 나는 다행히 지인이 찍은 사진 한 장을 얻을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으니 함께 다녀오면 좋겠다.


안내문에 쓰여 있는 구문소 어원이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에서 솟아난 황지천이 이곳 암반을 뚫고 지나면서 석문을 만들고 소沼를 이루었다 하여 구멍소 또는 구문소라 한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고문헌에는 구멍이 뚫린 하천이라는 뜻의 천천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분천역에 조성된 산타마을.


두 개의 동굴 중 오른쪽이 자연동굴 구문소다. 왼쪽은 일제 때 도로를 내기 위해 뚫은 터널. 구문소를 잘 보면 사람 얼굴 형상이 보인다.


사진작가 김정인 교수가 찍은 구문소. 하얀빛이 백조 형상을 하고 있다.


영주 소수서원의 솔밭

소수서원 마당의 장승

영주 숙주사지 당간지주. 절 위치를 알리는 깃발 거는 기둥이 당간 지주다. 숙주사는 통일신라 시대 때 있던 절. 그 절터에 서원이 세워지고 숙주사 흔적은 당간지주가 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 양원역과 대합실. 이 대합실은 주민들이 돈을 모아 만들었다.


브이 트레인은 태백산맥 협곡을 지난다. 약 1시간의 질주. 양원역 등은 태백선을 타지 않고는 갈 수 없는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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