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라는 희대의 사기꾼이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 말로는 사기의 모든 수법을 총동원한 사기 종합세트라고 한다. 그는 전통 사기 수법 외에도 역사가 길지 않은 성전환을 사기에 이용했다. 나는 지금도 전청조를 그라고 해야 할지 그녀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현재 그는 '그녀'로 밝혀진 상태다. 이 사건을 대하는 많은 독자는 남현희에 대해서도 크게 실망한 눈치다. 공범 여부가 곧 밝혀지겠지만 나는 그의 공범 여부를 떠나서 그 낮은 의식 수준에 놀라고 있다.
남자 전청조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평범한 기준으로 보더라도 전청조가 어디 잘 생겼나? 아무리 봐도 아닌 자인데 그를 믿을 만한 남자로 여기고 결혼을 약속하고 이렇게 깊은 수렁에 갇혔다니 안타깝고 어이없다. 사람의 매력을 외모로만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성 전청조의 음성이나 지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화법이 매력적이었을까. 미국에서는 지식인의 기준으로 논리적인 글쓰기를 꼽는다. 한국 사회도 그렇지 않은가. 전청조는 글을 잘 썼을까? 그를 직접 만나지 않았으므로 단정하기 어려우나 방송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그에게서 지적 매력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는 자신의 주치의 운운하면서 헬리코박터도 제대로 몰라 헬리코바거라고 여러 차례 말한다. 그 작은 체구도 남성의 매력으로는 평균 이하다. 남현희가 현혹되었던 장르는 아무래도 돈이었던 게다.
아직도 잘생긴 남성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는 나 따위의 인간은 생각해 보지 못한 거대한 황금이 전청조의 그 모든 불리한 조건을 물리치고 매력남으로 보이게 했나 보다. 이쯤에서 호흡을 가다듬어야겠다. 가히 물질만능을 넘어 물질신성의 시대다. 공범이 아니다, 아무것도 몰랐다는 남현희의 눈물 바람 인터뷰를 믿고 싶은 나다. 한 사람의 영웅을 키워내기가 쉬운 일이던가. 나는 작은 거인 남현희를 잃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펜싱아카데미에서 성범죄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의 대처법은 경악할 수준이다. 남현희는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피해자를 회유하고 유학을 권유하는 등 사건 본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해결(?)을 시도한다. 도덕 수준이 낮고 돈을 숭상하는 남현희라면 '고의성 없이'라도 공범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게 나의 견해다. 무지한 자의 잘못된 믿음만큼 위험한 게 없다. 또한 무지가 무죄 사유가 될 리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남현희의 말은 공허한 변명으로 들린다. 남현희는 자신의 부조리한 의식을 슬퍼해야 할 것이다.
다시 전청조에게로 가보자. 성을 악용한 엽기적 범죄의 그녀. 살인을 저지른 후 성전환 수술로 수사망을 피해 간 인간들이 유전자까지는 바꿀 수가 없어서 체포된 경우를 뉴스로 접했다. 그 경우, 남자로 살인을 저지른 그와 여성으로 전환한 그는 한눈에 같은 사람으로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남자와 세 번, 여자와 두 번 결혼했다는 전 씨는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옷차림을 변경했을 뿐이다. 그 허술한 변장술에 다들 속았다니, 그들의 눈을 가린 것 또한 돈이었을 터다. 전청조 관련 뉴스를 듣다 보면 내가 사는 세상이 허구처럼 느껴진다. 성전환 합법화로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범죄에까지 악용되니 어찌할꼬.
전 씨와 결혼했던 남자와 여자들 역시 남현희와 다를 게 없는, 부조리한 자들이다. 그들이 돈이 아닌 인간 전청조를 봤다면 결혼에 이르렀을까 말이다. 그들 모두 전청조의 '어마어마한' 부를 욕심냈던 것이다.
살아보니, 돈은 끝없이 부족하다. 많으면 많은 대로 쓸 곳이 늘어나지 않던가. 마음을 다스려 안분(安分)하는 것 외에 돈의 유혹에서 자유롭기는 피아(彼我)간에 쉽지 않다. 그러나, (언론보도 외에 정보가 없지만) 남현희는 선수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고, 부도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일이라 동정보다는 그 치졸한 근성을 비난하는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 1위인 대한민국이 또다시 오점 하나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