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앞에서
부딪쳐오는 바람과 마주 하다
집을 나섰다
일생을 두고 하고픈, 여행
그러나,
민초의 꿈은 꿈으로 시들고
아파트 단지나 휘이 돌아올 뿐
화원 앞
프리지아 한 단 천원
비좁은 화원 안에 한 발 디밀고
꽃과 주인을 번갈아 본다
예전보다 한 줌 더 작아진 다발을 안고
인플레이션을 체감한다
살다 보니
체념의 기술이 느는 걸까
보지 않고도 아는 게 많아진 건지
여행은 무슨, 이젠 돌아서야지
오래도록 방치해 두었던 철제 받침 위에
프리지아를 꽂고 향을 마신다
청록의 오브제는 우리 집에 올 때부터
프리지아를 담고 있었지
여동생은,
봄이면 프리지아를 산다면서
넓지 않은 거실에
진노랑 향기 속속들이 끼친다
봄이 다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