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심하겠거니 걱정하며 길을 나섰다. 여행을 매번 계획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서 이번 걸음도 점심까지 집에서 먹고 늦게 운전대를 잡았다. 여행기를 몇 주나 걸렀으니 이번엔 뭐라도 써야겠다는 조바심도 한몫했다.
채석강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에 있다. 층암절벽과 오목하게 펼쳐진 해안선이 따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마치 책을 쌓아 놓은 것처럼 켜켜이 쌓인 검은색 바위가 독특하다.
채석강이란 지명은, '돌을 캐내는 것'을 의미하는 '채석'과 '바다를 끼고 있는 바위산'을 일컫는 순우리말 '강'이 합쳐진 것이다. 채석강은 돌을 채취할 수 있는 바위지형을 뜻한다. 이름처럼, 채석강 나들이는 갖가지 자연이 만든 바위를 감상하기에 좋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자연학습으로 더할 나위 없겠다.
바닷물에 파인 웅덩이가 무늬를 만들어 놓은 평평한 파식대, 파도의 침식으로 형성된 해식애, 조각 같은 조수웅덩이 등, 중고교 때의 지리책을 펴 놓은 듯 해양지질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
바위틈으로는 굴과 조개가 촘촘히 박혀 있다. 할머니가 쪼그려 앉아 송곳으로 날렵하게 굴을 파내는 옆으로 갈매기가 자리를 옮겨 가며 할머니 주위를 떠나지 않고 있다. 굴껍데기에 남은 살점을 차지하려는 심사로다.
나도 갈매기마냥 할머니 옆에 쪼그려 앉았다. 할머니가 힐금 곁눈질을 하더니 방금 캔 굴을 건넨다. "자시려오?" 검게 그을린 손에 고단함이 묻었건만, 나는 사양치 않고 받아먹는다. 어린 굴에 바다맛이 단단히 들었다.
변산은 일몰도 보아 줄만 하다.
해변 산책을 끝낸 나는 바지락죽으로 변산에 마침표를 찍고 돌아섰다. 서울에서 하룻걸음으로 다녀오기에도 나쁘지 않다.
책을 쌓아 놓은 듯한 모양의 바위.
굴 따는 할머니.
할머니의 허점을 노리는 갈매기.
해저 심연인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물속 바위
바닷물이 파 놓은 조수웅덩이.
채석강 위를 걷는 사람들과 변산의 노을.
변산반도 특미, 바지락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