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방축동
2월이라고 하나 아직은 바람이 차다. 정면으로 다가오는 냉기 사이로 서너 무리가 걷고 있다. 모두 한 방향이다. 눈앞엔 호수다. 바다가 없는 천안에는 호수가 제법 많다. (신정호는 행정구역상 아산시에 속하지만) 신정호도 그중 하나, 그러나 인공호다. 모르고 본다면 인공호인지 자연 호수인지 굳이 구분되지도 않는다.
호숫가는 데크가 잘 깔려 있어 한 바퀴 돌며 산책하기 그만이다. 바람이 싫으면 언제든 가까운 카페에 들어갈 수도 있다.
수면 위 얼음이 부서져 떠밀린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의 겨울이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은 또 다른 세계로의 초대장. 봄이 오려나 보다. 얼음에 부딪힌 햇살은 사위를 눈부시게 밝히고 호수 위로는 조각난 햇살이 낮별인 듯 반짝인다.
1시간 남짓 산책을 끝낸 나는 커피 향 좋은 카페를 찾아 노트북을 펼친다. 마감 임박한 원고가 나의 휴식을 책망한다. 좀 쉬었다… 쓰자.
최근 새로 생긴 듯 대형 카페가 들어서 있다. 통유리 너머로 호수가 반짝이는데, 사진은 이렇게밖에 못 찍었다. 나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