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아침이다. 강원도 깊은 산중, 천혜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백담사는 겨울이면 더욱 깊은 고요로 침잠한다. 숲과 산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 오르면, 그곳에 가만히 서 있는 백담사와 만난다.
백담사로 향하는 길은 내딛는 발걸음마저 조심스럽게 한다. 눈 덮인 계곡 사이, 소나무를 뚫고 내리비치는 태양은 신성함마저 지닌다. 조용히 귀 기울이면 얼음에 갇힌 채 새하얀 자갈에 부딪치며 흐르는 물소리도 들을 수 있다. 2월이다.
백담사 경내는 단아하고 엄숙하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건물이 하늘과 손잡듯 연이어 있다.
사찰의 어둠을 지키는 등롱이 아침 햇살에 사그라드는 중이다. 대웅전을 앞에 두고 멀리 떨어져, 설악산 자락과 한 줄기인 듯 이어져 내리는 기와의 능선을 감상한다.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치 않다. 그저 아름답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나지막한 범종 소리가 긴 여운을 남긴다. 종소리가 경내에 퍼지면 세상 소란이 오히려 멈춘다. 새벽 산사와 초록 빼곡한 설악의 풍광과 풍경을 받쳐주는 낮고 긴 범종 소리, 그 어울림이 참으로 간결하고 소박하다.
너른 경내를 가로질러 입구에서 멀리 들어가면 사찰 숙박객을 위한 기숙 건물이 있다. 기숙사 앞마당에는 항아리가 즐비하다. 빈속, 넉넉히 채우시오 하듯이.
흰 돌 가득한 백담사다. 얼마나 긴 시간을 견뎌온 것인지 모난 돌이 하나도 없다. 낮은 개울가에 촘촘히 쌓인 돌탑들이 장관인데, 무슨 소원들을 이리 쌓아 둔 것일까. 그들의 기도가 이루어졌기를 소망할 뿐이다.
백담사 앞을 흐르는 물길
백담사 앞에 낮게 흐르는 개울. 얼음이 이리 영롱할 수가 없다.
산사 뒤로 이어지는 산책로
앙상한 가지와 초록 단청과 느릿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