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옹플뢰르 /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또 하나의 아름다운 중세 마을 옹플뢰르다. 옹플뢰르는 조용한 어촌마을에 화가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예술인 마을로 지금도 개성 있는 아뜰리에가 거리에 즐비하다. 나는 호기심 가는 곳 어디든 문을 밀고 들어가 그림과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특권을 누린다. 작은 도개교는 바다를 호수인 듯 막아서고 안쪽엔 그림책에서 나온 듯한 보트들이 정박해 있다. 옹플뢰르는 보트와 일렬로 늘어선 원색의 건물들과 호수처럼 고요한 깊고 검은 바다의 앙상블이다. 단색의 에트르타, 총천연의 옹플뢰르다.
비구름 사이로 반짝 나타난 햇살과 조응하는 물빛을 보시라. 여러 바다를 보았으나 이렇듯 다채로운 바다는 처음이다. 녹 황 청의 조화가 이곳을 호수인 듯 착각하게 한다.
작은 광장 중앙에 있는 엘리제 성당 외관이 독특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성당이란다. 검게 그을린 듯 세월에 치인 듯 투박한 몸체로 서 있는데, 그 서정성이 옹플뢰르와 잘 조응한다. 건물이 무너질까 염려되어 종탑은 옆에 따로 세워 두었다.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 옹플뢰르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성당이 이곳에 있다. 엘리제 성당과 옆에 따로 세워진 종탑.
유진 보댕과 모네. 두 화가가 그린 엘리제 성당이 화풍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고 있다. 보댕의 그림은 표현주의에 가깝게, 빛이 주는 인상에 따라 그린 모네의 작품은 보다 모호한 윤곽을 보인다. 성당 앞에는 이렇게 두 거장의 미술 세계를 비교한 안내문이 그림과 함께 서 있다. 좌측이 유진 보댕, 우측 상단 사진과 그림이 모네와 그의 작품이다.
현대화가들이 그리는 옹플뢰르
엘리제 성당 내부. 조각품도 모두 목재다.
갤러리에 전시된 조각품.갤러리와 카페가 몰려 있는 옹플뢰르 뒷골목
이곳 특산품이라는 애플와인과 칼바도스를 시음한다. 사과를 압착 발효한 애플와인 시드르는 달달 쌉쌀한 맛, 칼바도스는 40도가 넘는 사과 증류주다. 나는 시드르 한 병을 사들고 밖으로 나온다.
이렇게 외진 곳에 이렇게 예쁜 도시가 있다니, 기억을 잡아두기 위해 옹플뢰르 도개교 안쪽 바다 풍경을 한 번 더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