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몽생미셸 / 프랑스
육지와 떨어진 곳에 솟아 있는 작은 바위섬, 그곳에 세워진 수도원이 몽생미셸이다. 어느 수도사의 꿈에 미카엘 천사가 세 번이나 나타나서 이 자리에 수도원을 짓도록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수도원 전체가 하나의 험준하고 거대한 바위 덩어리다.
내가 버스로 도착한 시간은 오후 서너 시 무렵, 흐린 날씨 탓으로 바다도 하늘도 희끄무레하다.
보슬비가 오락가락하고 일행 중 몇몇은 우비를 꺼내 입는다. 비닐 옷 속의 습기가 싫은 나는 모자만 달랑 쓰고 있다.
저런 곳에 건물이 있다니 종교로서만 가능한 건축이 아닐까 싶다. 가이드와 동행이므로 우리는 차례로 인증숏을 찍은 후 몽생미셸 안으로 들어간다. 육지와 떨어진 작은 바위섬 안에는 마을을 이루고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이 있다. 성당과 묘지와 방앗간이 그것들이다. 몽생미셸을 꼭대기까지 오르니 바다가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온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갯벌 위에 물이 찬 느낌이랄까… 몽생미셸의 바다는 푸르고 투명하다는 일반적인 관형사를 거부한다. 그것은 투박하고 탁하며 신비하다. 안개까지 낀 바다에서는 돌연 무엇인가 솟구쳐 이쪽으로 올 것만 같다. 눈을 뗄 수 없는 묘한 빛깔의 바다다.
밤이 오면 돌산에 하나 둘 불이 켜지고 밀물이 올라와 수도원을 포박한다. 육지로 통하는 길이 끊긴 수도원은 긴 구도의 시간으로 침잠한다. 나는 몽생미셸의 밤풍경을 좀 더 즐기기 위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장소를 이동한다. 어둠은 짙어가고 덩치 큰 바위에는 별빛인 듯 노란 전구들이 불을 밝힌다. 시멘트처럼 짙은 회색 바다가 검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곳을 떠난다.
몽생미셸 내부에서 만난 재미있는 도로 표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