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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어다니는 물고기 Apr 15. 2022

세상의 모든 울보에게

<아기 구름 울보>를 읽고


나는 울보다.

마흔 중반을 넘은 지금도 여전히 울보다.


예전이랑 달라진 게 있다면 슬퍼서 울기보단 감동해서 많이 운다. 유키즈 보면서도 눈물 나고, 무명가수가 경연하는 프로를 봐도 눈물이 난다. TV보다 뭔가 조용하다 싶으면 아이들이 힐끔 뒤돌아 본다.

"엄마, 또 울어?"

한번 눈물이 나오면 도저히 그칠 수 없다.

감정이 더해지고 더해져 바다처럼 흐른다.


지금도 떠올리면 이불 킥하고픈 기억이 있는데 회사 다닐 때 팀장과 상담 도중 눈물이 터져 그치지 않아 민망해 혼났다. '눈물아, 제발 그만 나와라, 이 상황에 이건 좀 아니잖아.'


우리 하음이는 죽어도 밖에선 안 운다.

꾹 참고 집에 와서 운다. 승부욕 강한 아이는 남 앞에서 우는 건 지는 거고 창피한 거라 여긴다.

'아니, 어떻게 눈물을 참을 수 있담?'

올라오는 감정을 절제하는 능력이 신기하고 부럽다.


그런 나에게 『아기 구름 울보』가 찾아왔다.

'슬픔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야, 슬픔은 충분히 슬퍼해줘 해'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다음이다.

슬픔에 계속 휩싸이지 않도록 잘 해소시켜야 한다.

'울지 마, 괜찮아질 거야'는 진정한 위로가 아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나는 한때 '감정 알아차리기'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삼자가 보듯 한 발짝 물러나 올라오는 감정을 직시하고 인정해 주면 오히려 털어버리기 쉬워진다.

'내가 지금 화가 올라오네? 우울해지려 하네?'

빨리 털어버리는 것을 잘하기 위해선 좋아하는 일을 많이 찾아 하면 된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집중하고 즐거워하고 보람된다면 안 좋았던 감정 따윈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나를 닮아 잘 우는 둘째 라음이가 미술 학원에서 그린 사랑의 모양은 하트가 아닌 내  손바닥이었다. 울음을 그칠 때까지 등을 토닥토닥해주는 엄마 손이 '사랑'이라 말했다.

아직 감정을 다루기 버거운 아이에겐 그럴 수 있다는 공감과 기분전환시킬 수 있는 재밋거리를 찾아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말한다.

기쁨이만이 행복이 아니라고. 슬픔이를 가두지 말라고. 슬픔은 기쁨을 극대화해주는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내 마음속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버럭이, 까칠이는 모두 소중하다고. 모든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그 감정들이 적절히 작용할 비로소 해님처럼 활짝 웃게 될 거라고.


그러고 보니 우리 조카가 그랬단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성민이 이모가 웃을 때 진심을 다 해 최고로 잘 웃는 사람이라고.


'맞아, 난 울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는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지.' 그런 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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