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두요정 Jun 19. 2024

겸손은 힘들어

출근길의 생각(1)

요즘 겸손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직장생활에서도 비교적 겸손한 편이 더 낫다는 내용도 있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또 어느 정도는 다르게 생각한다. 물론 책에서도 바보 같은 것과 굴복하는 상황은 겸손이 아니라고 하지만.


겸손의 전제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무례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 무례한 사람은 오히려 잘해주면 더 기고만장해진다. 내게는 그 부분이 역린이다. 능력이나 지혜가 있는 사람은 그나마 좀 낫다. 하지만 아첨으로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그마저도 없다.

그런 행동을 하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와 이런 하찮은 금수에게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아직은 전자가 더 끌린다.


첫 번째 직장의 동료였던 형과 운동을 가끔 하는데. 마침 어제 함께 운동 중에 무례한 일처리가 이뤄졌고 부끄럽게도 감정이 튀어나왔다.

’혹시 일을 하면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나요?‘

(장강명 소설가의 미세 좌절의 시대에도 ’ 죽이고 싶은 상사‘가 나오는 걸 보면 모든 직장에는 그런 사람 한둘정도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고 물어봤더니 아직은 없었고 대신 미친 사람이 있어 같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피했다고 했다.

사실 더러운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나는 내가 피한 똥은 또 누군가에게 가니까 수거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피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유독 남녀 비율에서 여성에 이런 유형의 사람이 많았고. 부담스러웠단 이야기도 나눴다. 나 역시 이번 직장에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느끼고 있다. 모두 일을 하러 왔는데. 업무에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담다니. 그리고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의사결정도 조금 혼란스럽다.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주변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건 모두 같으니까. 다만 ’ 일‘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근거나 함께 약속한 체계 속에서 처리되어야 하고 그것이 잘못되면 함께 고쳐가는 것. 그게 일이라 배웠기에 지금까지 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물러서기 어렵기도 한 것 같다. 이런 여러 상황을 거치면 둥글둥글 해질까. 그런데 그렇게 둥글어지면 대부분의 상황을 포기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아닌지. 무엇이 좋은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내용처럼 겸손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의 이전글 좋은 아이디어도 성급하면 나쁜 아이디어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