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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Apr 22. 2019

어머! 자기 아직도 그런 거 봐?

우리 남편도 여전히 남자였구나

하악~~ 하악~~ 으~~으~~~응~~


신랑과 함께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올라타고 아파트 단지도 채 빠져나가기 전에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오빠,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게 이게 모지?"


우리 둘은 영문도 모른 채 이상한 그 소리에 집중을 한다. 그러다 불현듯 자동차의 블루투스에 연결된 신랑의 핸드폰을 서로 바라보았다. 그랬다. 그건 분명 자동차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였다. 차에 타면 자동으로 신랑의 핸드폰이 블루투스에 연결이 된다. 바로 직전에 들었던 음악이나 유튜브, 뉴스가 흘러나오곤 했다. 신랑은 아파트 정문 앞 신호등에 서자마자 얼른 핸드폰의 영상을 껐다. 나는 너무 웃음이 나와 깔깔대며 뱃살을 잡고 웃었다. 


"어머! 자기 아직도 그런 거 봐?"


"아니, 누가 어젯밤에 보내준 건데 이상한 건 아니고..."


연애 4년, 결혼 11년. 15년째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다. 이제 이런 일이 있어도 서로 바라보고 깔깔거릴 수 있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아침 출근길에 나와 함께 있을 때 들렸으니 다행이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차에 탔는데 그런 소리가 들렸다면 분명 우리 신랑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을 거다. 상대가 누군가에 따라서는 변태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딱 15년 전, 24살이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동이란 것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나. 대학원 실험실 선배에게 딱 하나만 보여달라고 했다. 그렇게 얻은 CD로 실험실 언니 2명과 함께 본 것이 처음이었다. 예쁜 멜로 영화를 상상했던 나는 너무 더럽고 충격적이어서 그 영상을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꺼버렸다. 빌린 CD를 선배에게 돌려주니 원래 앞 실험실 선배에게 빌려온 거라 했다. 남자들은 그렇게 야동을 돌려보곤 했나 보다. 그 CD의 원 주인이 바로 지금 내 신랑이다.


연애 초 순진 순진하셔서 내 손도 제대로 잡지 못했던 선배를 그 야동 CD를 가지고 얼마나 놀렸었는지 모른다. 그 야동 CD의 주인은 그걸 앞 실험실 여자 후배가 봤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던 그런 때, 나도 처음 야동이라는 것을 보고 경약을 금치 못했던 그런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10살 된 내 아들이 무심코 그런 영상을 접하지 않도록 어찌해야 하는지를 상의하는 그런 때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성의 정체성을 잃어간다. 아니 잃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거다 생각하면서 산 것 같은데, 아침 정체 모를 신음소리에 우리 남편, 여전히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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