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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May 09. 2019

내 아들의 평생 친구

입양하길 잘했어

"엄마, 움직이면 쏜다. 탕, 탕"


"잠깐만 엄마 이것만 좀 하고."


"엄마 이것 좀 봐봐."


"어어 봤어."


무언가를 열심히 보여주고 놀아달라는 우리 아들들의 신호에 나는 항상 손에 들고 있는 일을 두지 못해 건성 대답을 하곤 한다. 아들은 몇 번을 조르다 내가 버럭 지르는 소리에 칫 하고 가버린다. 그런 아들에게는 언제든 부르면 놀아주는 친구가 있다. 10살 아들과도 7살 아들과도 친구이니 도통 진짜 나이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내가 공개 입양했다고 말하는 그라는 것 밖에는.


그 친구는 아들들이 전쟁놀이를 하자고 하면 우선 온 집을 전쟁터를 만들어 놓는다. 집에 있는 모든 의자는 뒤집어 놓고, 이불을 덮어 기지를 만든다. 블록 상자는 쌓을 수 있을 만큼 높게 쌓아 장애물을 만든다. 그렇게 놀기 위해 총을 살 때는 꼭 자신의 것도 좋은 것으로 산다. 인터넷 쇼핑도 못하는 그가 그 전쟁놀이를 위해 아마존에서 벌크 총알까지 사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평창올림픽이 한창인 때, 아이들은 쇼트트랙과 컬링에 푹 빠져있었다. 아들들과 그 친구가 함께 올림픽 경기를 TV를 통해 보고 있다. 나는 쫒아올 새라 그 틈을 타서 쇼핑에 다녀온다. 쇼핑 후 돌아온 집에서는 이미 쇼트트랙 경기가 열려 있다. 아들들과 그 친구는 발 밑에 A4용지를 깔고 열심히 보이지 않는 트렉을 돌고 있다. 중간에는 장애물도 있다. 경기 결과는 첫째 금메달, 둘째 은메달 그리고 그 친구는 동메달이다. 그 친구가 동매 달인 건 우리 아들들을 봐줘서가 아니다. 언제나 경기는 정정당당하다.



주말이면 아들들은 세계여행을 하느라 분주하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걸리는 블루마불은 내가 가장 시작하기 싫은 보드게임이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이 나지 않는다. 이 블루마불 또한 융통성 없이 진행이 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완전히 탕진을 하기 전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그 친구는 피곤해서라도 대충 봐줄 만도 한데, 7살 둘째와 동갑(?)이기 때문에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항상 대한민국 서울을 획득하는 둘째 앞에서는 서러운 울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끝나지 않는 게임이 요즘은 잠잠하다. 둘째의 유치원 프로젝트 수업 교재로 보내버렸기 때문이다. 그 게임을 뒤로하고 이제 두 아들과 그 친구가 푹 빠져 있는 것은 야구이다. 이 야구는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그 친구가 좀 우세하다. 그래서 두 아들에게 모든 규칙과 경기를 위한 기술을 가르친다. 다만 장소를 불문하고 교습이 진행된다. 그 까닭에 깨진 나의 부엉이 도자기가 몇 개인지 모른다.



이 친구는 내 아들들이 커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한다. 지금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 친구를 아빠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권위라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세 살 때는 그도 세 살이었고, 아이가 입학을 했을 때 그 친구는 여덟 살이 되었다. 엄마인 나에게는 혼날까봐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그 친구에게는 서슴없이 하는 걸 보면, 그 친구만 잘 다독이면 우리 아이들은 아주 잘 클 거라 생각한다.


"아빠, 회사 안 가면 안 돼? 그냥 우리랑 놀자"


"그럼 돈은 누가 벌어서 너네 장난감 사주냐?"


"엄마 있잖아."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늙어가는 그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커가는 그를 보면 내가 잘 입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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