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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Jul 16. 2019

[관용] 설사 나의 기대와 어긋나더라도...

다시 쓰는 미덕 시나리오

주말에 작은 아이와 알라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신랑은 야구 시합이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토요일이었다. 더구나 친정 엄마는 일요일에 학교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 중이셨다. 아이들의 방해도 막고 우리 함께 영화 본지도 오래되어서 큰 아이에게 말했다. 영화를 함께 보고 떡볶이도 먹고 노래방도 갔다 오는 게 어떠냐고. 큰 아이는 흔쾌히 오케이를 불렀다.


"근데 언제?"

"내일"

"토요일이잖아. 나 안가. 나 OO이랑 놀기로 했어."


그럼 그렇지, 어쩐지 쉽다 했다. 친구와 노는 게 더 좋은 3학년 아들놈은 그렇게 가족과의 사이를 벌려갔다. 토요일 아침 어김없이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가는 아이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위험한 짓 하지 말고, 할머니 공부하시니깐 집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웬만하면 밖에서 놀라고. 

둘째 아이와 영화도 보고 떡볶이도 먹고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엄마는 거실에서 공부를 하고 계셨다. 점심은 어찌했냐 하니 애들은 라면을 끓여주셨다고 한다. 종일 집 앞, 뒤에서 놀면서 집을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결국 집 안에 들어와 게임까지 하고 있었다. 


"엄마가 조용히 놀라고 했잖아. 할머니 공부하신다고. 그리고 게임 얼마나 한 거야?"

"지금 막 시작했는데요."


작은 아이까지 게임을 하겠다고 나서니 거실 TV에 연결해서 하라고 공부를 하던 친정엄마는 자리를 비켜주신다. 


못 참겠다. 하지만 참았다.


마침 돌아온 신랑이 아이들 셋을 데리고 목욕탕을 갔다. 덕분에 2시간은 조용히 보낼 수 있었다. 돌아온 아이들은 바로 야구를 하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저녁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찾아 치킨집으로 갔다. 엄마께 조금이라도 조용한 시간을 더 드리고 싶었다.

치킨을 먹고 돌아오는 길, 신나 있는 아이에게 한참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말했다. 파자마 파티까지 OO이네 집에서 하고,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고 협상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일요일에 OO이네를 비롯하여 몇 가족이 함께 계곡에 놀러 가기로 했다. 그래서 파자마 파티는 다음에 하고 내일 놀자고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장군아, 내일 우리 모두 같이 계곡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내일 같이 놀 거니깐 오늘 파자마 파티는 하지 말자. 오늘도 종일 같이 놀고 내일도 종일 같이 놀 거니깐."

"싫어. 파자마 파티하기로 약속했잖아."

"그래 약속했는데, 내일 또 놀 거니깐 파자마 파티는 다음에 하는 게 어떠냐고."

"싫어."

"그럼, 오늘 파자마 파티하고 내일은 OO이랑 놀지마. 내일 놀러도 안 갈 거야."

"응"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는 아이의 반응에 화를 참고 뒤를 돌아 애들을 앞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들린 한마디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일단 어떻게든 됐어. ㅋㅋ"


"야! 너 이리 와. 어디서 말이 그래? 어? 일단 됐어? 그렇게 일단 되면 되는 거야?"


아파트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애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사면이 건물로 둘러 쌓여 있는 곳이라 조금 크게 소리를 내면 아파트 전체에 소리가 울려서 아이들을 조심시키는 그곳에서 밤 9시가 넘어서 내가 그렇게 하고 말았다. 그것도 아이의 친구가 보는 앞에서.


결국 아이는 나의 훈계를 다시 5분쯤 듣고 주말에 해야 하는 숙제를 가방에 챙겨 들고 친구 집으로 도망치듯 가버렸다.



다시 돌아가 [관용]의 미덕을 발휘한다면...


"장군아, 내일 우리 모두 같이 계곡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내일 같이 놀 거니깐 오늘 파자마 파티는 하지 말자. 오늘도 종일 같이 놀고 내일도 종일 같이 놀 거니깐."

"싫어. 파자마 파티하기로 약속했잖아."


잠깐 뒤를 돌아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나의 미덕이 자고 있어서 그래

나는 미덕을 깨울 힘이 있어

어떤 미덕을 깨우면 좋을까?'


[관용]의 미덕을 깨워본다. 


다시 아이를 돌아봤다. 이미 실망감이 가득한 아이의 눈이 보인다. 치킨을 먹고 올라오면서 친구와 함께 놀며 잘 생각에 들떠 있었던 아이의 마음도 보인다. 


"그래 좋아. 엄마랑 약속했으니 그렇게 하자. 하지만, 내일 일찍 출발하기로 했으니 일어나면 바로 집으로 오자. 알았지?"


오늘 밤도 친구와 함께 보내고 내일도 친구와 놀 수 있다는 말에 아이는 너무 신이 난다. 옆에 있던 친구와 바라보고 서로 손뼉을 부딪히며 방방 뛴다. 


"엄마, 사랑해. 나 OO이네 집에 가서 독서록이랑 일기도 OO이랑 같이 쓸게. 그리고 게임은 조금만 할게요."


관용 : 자신의 기대와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도 인내심과 유연성의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것


[2019.7.13]

나는 관용을 중히 여깁니다.

나는 차이를 존중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단점을 너그럽게 봅니다.

나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품위있게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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