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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Jul 16. 2019

비록 소심한 시작일지라도

잠자고 있는 반짝이는 미덕을 찾아서...

"나한테 모두 다 있는 건데?"


52가지 미덕 보석 카드를 잠자리에서 꺼내서는 큰 아이에게 "어떤 미덕이 너에게 있는 것 같아?"라고 물어보자 큰아이가 쑥 훑어보더니 던진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아차 싶었다. 또 성급함에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것이다. 


"맞아, 맞아. 우리 장군이에게는 이 모든 미덕이 다 있지. 엄마가 잘못 말했네."


나는 애써 나의 실수를 얼버무리기 바쁘다. 아이 앞에서 조차 실수한 것을 들키기 싫어하는 나다. 나에 대한 인정의 미덕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엄마다. 그럼 엄마에게 가장 반짝이는 미덕은 무엇인지, 아직 잠자고 있는 미덕은 무엇인지 물어보자 아이는 거침없이 말한다.


"반짝이는 건 잘 모르겠고, 엄마는 용서가 부족한 거 같아."


속으로 뜨끔한 생각에 엄마는 너그러움이라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하자 너그러움에 대한 뜻을 물어온다. 


"응, 용서랑 비슷한데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을 베풀고 나누어주는 거야."


이렇게 아이와 함께 소심한 미덕 나누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 우연히 창업 교육에서 만나게 된 꿈모닝스쿨 선생님들을 통해 버츄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궁금한 나머지 권영애 선생님의 <자존감, 효능감을 만드는 버츄프로젝트 수업>이라는 책을 먼저 사서 읽어보았다. 아이와 나누고 싶은 내용이 많았고, 나 또한 52가지 미덕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어 졌다. 그리고 이 날 꿈모닝스쿨 선생님들과 <스스로 참나를 찾아라(어른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라는 워크숍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게 그것을 접할 수 있었다.


스스로 참나를 찾아가는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나에게 빛나는 미덕과 아직 잠자고 있는 미덕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이 바라봐주시는 나의 빛나는 미덕 보석도 만나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 속에 빠져들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와 같은 비슷한 수많은 워크숍과 비슷한 느낌으로 겉도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 워크숍에 참여하고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한없이 밀려왔다.


'남기고 싶은 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눈을 감고 들려오는 소리에 딴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훌쩍이고 계신 옆 짝꿍 선생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심쟁이는 함부로 그 선생님께 휴지 한 장도 건네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남기고 싶은 나'의 빈칸을 채워감에 힘들어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칸을 채워갔다.


내 마지막 생에 내가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은 보고 싶은 (      )에게로 시작하는 편지글을 채우는 것이었다. 나는 훌륭하게 잘 커준 아들들을 남기고 싶다 했고, 내 며느리가 될 사람이 나에게 남기는 편지로 글을 채워갔다. 며느리에게 인정받는 시어머니라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일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런 열망으로 말이다. 눈물이 그렁이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덤덤하게 나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채워가는 나는 나의 마지막에 대한 뭔지 모를 자신감이 요동쳤다. 


'보고 싶은 딸에게'로 한다면...


이라는 선생님의 한마디에 나의 고개가 무너져 내렸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는 표현이 옳겠지만, 가슴보다 고개가 먼저 떨궈진 것은 고개보다 눈물이 먼저 떨어질까 봐서다. 잠깐 눈이 마주친 앞에 앞에 앉아계시던 선생님의 큰 눈에 맺힌 커다란 눈물방울이 아니었다면 금방 들켜버렸을 거다. 


워크숍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유튜브를 통해 권영애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이미 책에서 봤던 사례를 이야기하셨지만, 그 떨리는 목소리의 여운으로 나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운전을 하고 있던 터라 고개를 떨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하지 못하겠다.


아직도 잠자고 있는 나의 어떤 미덕이 깨어나면 나의 진심을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보일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우리 아이, 남편 그리고 항상 내 옆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부모님에게 조차 나의 진심을 표현하지 못하니, 제일 답답한 건 나 자신이다. 그나마 이렇게 글로나마 남길 수 있기에 새삼스레 세종대왕님께 감사를 전한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내 미덕이 자고 있어서 그래
나는 미덕을 깨울 힘이 있어
어떤 미덕을 깨우면 좋을까?



속으로 되뇌고 되뇌고 되뇌고....


아이의 미덕을 깨워 훌륭한 인성의 아들을 남기고 가기 전에 나의 미덕부터 먼저 챙겨보기로 한다. 반짝이는 미덕을 지닌 엄마의 아이는 스스로 미덕을 반짝일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그것이 비록 소심한 시작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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