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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Jan 28. 2020

남편의 승진, 나의 승진?

나는 어떻게 승진할 수 있을까?

 남편이 승진했다. 승진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남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예전에 한번 들어 봤던 떨림이다. 딱 12년 만에 들어본 떨림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입사 합격 소식을 전하던 그 목소리와 흡사했다. 그렇다고 그때처럼 울림은 없었다. 내 마음에......


 "승진 발표 났다. 음... 어... 축하해줘라......"


 말 줄임표 사이에는 다른 사람이 있어서 쑥스러움을 담은 줄 알았다. 하지만 미세한 떨림에는 목메임이 있었고 그리고 고마움이 있었다. 나는 당연한 승진이라고 생각했기에 덤덤했다. 그냥 당연히 승진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나 보다. 작년만큼이나 심적인 부담을 안고 있었나 보다.


 그 심적인 부담은 부인인 나도 있었다. 작년 회사 생활과 책 쓰기를 번갈아 하며 집에 소홀 한 사이 남편은 조금 더 집안일에 신경을 썼다. 나 대신 휴가도 많이 쓰고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좋은 인사고과도 받고 책도 냈다. 그래서였는지, 남편은 승진 심사에서 낙방했다. 그게 내 탓이라 할 수는 없지만 알게 모르게 난 혼자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퇴사 한 올해 나는 남편이 회사 일에 올인할 수 있도록 뒤를 도왔다.


 꼭 내가 도와줘서는 아니겠지만 남편은 승진했다. 그리고 몇 날 며칠을 술과 함께 했다. 승진 축하 인사를 받느라 한 턱 쏘느라 즐거우셨다. 그러는 사이 나는 이런저런 일로 정신이 없었다. 어른들은 내가 집에서 내조를 잘하고 아이들을 잘 봐줘서 남편이 승진했다고 하셨다. 12년간 회사생활했던 나는 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승진은 무조건 당사자의 능력이다. 그게 운이던 줄이 좋던 진짜 성과가 좋던 모두 자신의 능력이다. 내가 신경 써주지 못해 승진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그랬지만, 내 덕분에 승진했다는 겉치레성 인사말에도 씁쓸한 마음은 무엇일까? 난 이 기분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마음의 짐을 덜었다. 그런데 왜 남편의 승진에 내 덕을 얹는 것이 이렇게나 예민한 감정이 올라오는지.


 가끔 남편과 하던 나누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해도 뭔가 가진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하나가 돈이 많을 때. 성공의 잣대가 성과나 승진이 아닌 자신의 부인 사람들. 또 하나는 자식이 잘 되었을 때다. 어디 가도 내 자식이 의대에 다닌다거나 수재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어깨는 뽕이 쑥 올라와 있다는 거다. 자신이 아닌 자신이 가진 것으로 든든한 사람들이 있다. 그 생각의 끝에 나의 생각은 여기에 다달았다. 남편의 승진이 나의 계급도 올려주는가? 그것이 나의 성과인가? 사람들은 나를 인정해 주는가?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나 그대로의 능력과 성과, 인정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누구도 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 당장은 누구의 딸,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만 소속되어 있는 나. 길고 긴 고민의 끝에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져본다.


 "그럼 나는 어떻게 승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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