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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Feb 26. 2020

코 앞까지 다가온 코로나 영향

 "마스크는 있어?"


 "마스크 이제 3장 남았어. 이따 퇴근길에 편의점 가볼라고."


 며칠 전 남편과의 통화다. 남편은 결국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다. 나 또한 인터넷 쇼핑몰 여러 곳을 전전한 끝에 장당 사천 원 꼴인 마스크를 20개 주문했다. 하지만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더니 사은품으로 온 마스크 한 장이 우리 집 유일한 성인용 KF94다. 어제 남편에게 보내는 택배 상자 안에 그 한 장의 마스크를 넣어 보냈다.


 얼마 전 남편은 승진했다. 그리고 발령을 받아 간단히 옷과 침구를 싸들고 대구로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대구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주말에 오겠노라고 했던 남편은 발령 첫 번째 주말을 숙소에서 보내야 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김치와 마른반찬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우체국으로 향했다. 주소를 확인 한 우체국 직원은 말한다. 대구는 상황이 어떨지 몰라 바로 택배가 안 들어갈 수도 있다고. 그래도 어쩌겠나. 그냥 보내달라고 했다. 다행히 택배는 다음날 도착했다.


 마스크가 3장 남았다던 날, 대구 이마트에는 마스크를 개당 820원에 팔았다. 100m가 넘는 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는 사람들을 뉴스 화면으로 만났다. 낮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남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다행히 다음 날 회사에서 마스크 5장을 보급받았다. 그리고 재택근무 명령이 내려졌다.


 책가방을 사놓고 입학을 꼽아 기다리던 둘째의 유치원 졸업발표회는 영상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간단하게 치러진 졸업식에선 아이 독사진 하나 제대로 찍어주지 못하고 한 시간도 안되어 끝났다. 다시 못 만나는 친한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잡았던 약속은 모두 취소했다. 개학이 미뤄진 첫째와 입학이 미뤄진 둘째는 그간 못 보던 유튜브와 TV 삼매경에 빠져있다. 종이접기, 게임, 부루마블, 레고, 책 읽기, 배드민턴, 야구 등 할 수 있는 건 다한 듯하다. 다행인 건 우리 집이 1층이라는 거.


 대구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에 걸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남편이 회사고 뭐고 다 두고 왔으면 싶다가도 주변의 시선이 두렵기도 하다. 주말에 못 오는 남편과는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애들 사회생활을 위해서 보고 싶지만 어쩌겠어......"


 걱정하고 있는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과는 달리 의연한 목소리로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면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한다. 저녁이면 우리는 영상통화로 만난다. 아이들은 자신의 게임 레벨과 새로 생긴 아이템 이야기를 아빠에게 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코로나쯤은 게임 속 전사처럼 다 무찌를 기세다. 철없는 아빠는 아이들이 자신의 레벨보다 한참 높게 올라갈까 봐 호들갑을 떤다. 택배 안에 게임기를 넣어 보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내가 당장 코로나 퇴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지켜보자. 위생에 신경 쓰고 외출 시 꼭 마스크를 쓰자. 수시로 손을 깨끗이 닦고 되도록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자. 다른 때 보다 건강에 신경 쓰자. 단순 감기라도 무시하지 말자. 그리고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자.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씻기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리고 일선에서 코로나와 직면해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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