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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Jun 08. 2020

우리 집 보약은 삼겹살

역시 삼겹살은 집에서 먹어야 제 맛

 목이 칼칼하다. 기침이 나오고 몸이 으슬으슬하다. 감기에 걸린 듯싶다. 이럴 때면 엄마와 나는 병원을 먼저 가는 것이 아니라 정육점에 먼저 간다. 기름과 살이 선명한 삼겹살을 넉넉히 사 온다. 적당히 달궈진 불판에 삼겹살을 얹어 구워 먹은 뒤 그 기름에 밥까지 볶아 먹고 나면 그까짓 감기쯤은 저 멀리로 달아난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삼겹살을 주 3회 이상 먹었다. 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우리 집이 꽤나 잘 살았나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이 달린 미니 슈퍼를 했었다. 아빠는 트럭에 야채, 과일을 팔러 다니셨고 엄마는 버스정거장 앞에서 슈퍼를 했다. 아빠가 집에 돌아오실 때면 손에 들고 오시는 것이 있으니 바로 팔고 남은 야채와 삼겹살이었다. 우리는 손님이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가게 안 단칸방에서 부르스타 위에 불판을 올리고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별다른 반찬도 필요 없다. 신김치와 쌈장 그리고 상추쌈이면 충분하다. 어려서였는지 방안 가득 배인 삼겹살 냄새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삼겹살


 이제는 나도 결혼을 하고 슈퍼집 딸이었을 때만큼의 나이가 된 아들 둘이 있다. 아들 둘을 가졌을 때는 그리 좋아하던 삼겹살이 쳐다도 보기 싫더구먼 아이를 낳자마자 떨어진 기력을 채우려 또 삼겹살을 그렇게도 구워 먹었다. 그리고 우리 두 아들도 삼겹살을 아주 좋아한다. 기름기 없는 목살보다는 삼겹살이라고 말하는 여덟 살 아들이다. 그 아들은 상추에 고기와 신김치와 쌈장을 조금 찍어 아주 야무지게 먹는다. 좀 더 어릴 적엔 새우젓에만 찍어먹더니 조금 컸다고 어른 입맛을 따라간다. 그래도 아직 초등 아이가 따라먹기에는 무리인 듯 한 삼겹살 짝꿍들이 있으니 소개해본다.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사면 으레 껏 서비스로 챙겨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파채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초장을 뿌려주지만 우리 집은 식초와 설탕,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려 먹는다. 이 파채는 마지막에 밥을 볶을 때 김치만큼이나 빠지면 안 되는 것이기에 충분히 만들어둔다. 또 삼겹살과 함께 하는 것이 있으니 파김치이다. 아니 갓김치라고 해야 하나? 알싸한 갓김치를 담글 때 꼭 쪽파를 함께 넣어 담근다. 이 김치를 삼겹살 위에 얹어먹으면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기를 더 먹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하나 더 덧붙이면 초간장에 절여둔 온갖 채소들이다. 양파절임, 마늘 절임, 마늘종 절임은 물론이고 봄에 부모님 고향에서 뜯어오시는 머위, 고춧잎, 옻순 절임이다. 이 절임과 고기를 또 상추 위에 잘 싸서 먹으면 입안 가득 깨끗하고 상큼함을 느낄 수 있다.


한 쌈


 삼겹살 짝꿍은 없어도 이것은 꼭 있어야 삼겹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쌈장. 고기를 찍어먹는 쌈장은 지역마다 조금씩의 특색이 있다. 내가 먹어본 것 중에는 제주도에서 먹었던 멜젓이 가장 특별했다. 보통 우리 집은 된장에 고추장 조금, 매실청, 들기름, 깨소금을 넣고 섞어 만든다. 남편은 새우젓을 곁들이기도 한다.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는 맛있게 만들어진 쌈장과 싱싱한 상추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어느 정도 삼겹살로 배가 찼다. 그러면 잘 익은 신김치를 삼겹살 기름 위에 얹는다. 김치가 잘 익어갈 즈음 남은 파채와 고기, 김치를 잘게 자르고 밥을 볶기 시작한다. 필요에 따라 고추장이나 초장도 넣어 간을 맞춘다. 볶은밥이 딱딱 소리를 내며 누른 냄새를 풍길 때쯤 김가루와 깻잎을 썰어 올려준다. 취향에 맞게 계란이나 피자치즈를 더하기도 한다. 친정에서나 시댁에서나 밥을 볶는 것은 내 몫이다. 내가 제일 잘 볶는다. 더 이상 배가 불러 못 먹겠다던 사람들도 이 볶음밥으로 꾹꾹 눌러주면 쑥쑥 잘도 들어간다. 


볶음밥으로 마무리


 사방팔방에 기름이 튀고 집안 가득 냄새가 배어 요즘에는 집에서 먹기에 부담스럽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누가 뭐래도 집에서 누구 눈치 안 보고 먹는 삼겹살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실컷 고기로 회식하고 들어온 신랑도 뭐가 부족한 듯 꼭 한마디 한다.


 "역시 삼겹살은 집에서 가족과 먹어야 제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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