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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Mar 22. 2019

아빠의 덤블링

아빠, 근데 아빠 왜 굴렀어?

 새 학기 맞이로 아이의 방 페인트칠과 방 구조변경 등 바쁜 사흘의 휴가를 보낸 마지막 날. 우리 가족은 출근 전 힘을 보충하기 위해 어린이 방방이가 있는 숯불갈비집으로 갔다. 방방으로 달려가고 싶은 아이들을 붙잡아 두고 열심히 숯불갈비를 구웠고, 배가 고팠던 아이들은 허겁지겁 먹어댔다. 그리고는 방방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우리 부부와 친정엄마는 마저 고기를 굽고, 갈비는 냉면에 싸 먹어야 제맛이라며 냉면도 하나 시켰다. 그리고 냉면이 나오기도 전에 신랑은 소주 한 병과 갈비를 두 아들이 먹었던 것처럼 허겁지겁 드셨다. 그때 작은놈이 달려와서 아빠한테 방방에 같이 가자고 졸라댔다. 한 창 입에 쌈을 한가득 싸서 욱여넣고 있던 신랑은 귀찮은 듯 보였고, 아이는 계속 졸랐다. 냉면이 나오기 전 잠깐 다녀오는 걸로 아이의 손에 이끌려 방방으로 향한 남편.


 아직 냉면이 나오지도 않았는 그 잠깐의 순간이 지났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바로 코 앞에 방방이 있는데.


"빨리 휴지 들고 와봐"


 신랑의 다급한 목소리. 그리고 같이 놀던 큰 아이가 달려 들어와서는 작은 놈이 다쳤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이지? 바로 방방으로 달려가니 신랑의 무릎에 아이가 누워있고 이마에선 피가 송골송골 흘러나오고 있었다. 얼른 아이의 이마에 휴지를 대고 어떻게 된 일이냐는 힘이 들어간 눈으로 신랑을 바라보는 순간. 신랑의 눈두덩이에서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빠, 오빠 눈에서도 피가 나"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병원으로 가자는 말에도 신랑은 그 사이 나온 냉면에 갈비를 싸 먹으며 남은 소주 한잔을 입 안에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잔뜩 겁에 질려있는 작은 아이에게 화살 같은 말을 내뱉는다.


"아빠가 안 간다고 했잖아,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이게 아빠가 할 소리인지, 그 상황에서도 먹고 보자는 신랑의 철없음에 화가 났다.


 일요일 저녁 8시, 봉합이 가능한 성형외가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검색하다 간신히 수원에 있는 종합병원을 알아내고는 신랑과 작은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긴장하고 있다 잠이 들어버린 아이 옆 신랑에게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다른 아이가 아빠와 함께 방방을 타는 게 재미있어 보여서 아빠를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 함께 방방을 타면서 작은 아이가 아빠에게 덤블링을 요구했고, 우리 신랑은 아이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멋지게 덤블링을 하다가 아이와 부딪혔다고 한다. 신랑이 쓰고 있던 안경에 아이와 신랑이 함께 다치게 된 거란다.


 얼마 전 새로 해준 비싼 안경은 다 휘어져 있고, 그 안경은 우리 신랑과 아이에게 무기가 되었다. 도대체 안경만 해 먹은 게 몇 번째인지, 그래서 놀 때는 싸구려 안경을 끼곤 하는데 그날따라 출근할 때 쓰는 그 비싼 안경을 쓰고 있었던 건 또 몬 지.


 병원 응급실에 접수를 해두고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린다.


"이멍군님, 들어오세요"

 

 초진실에 들어가 말라버린 이마의 피딱지를 걷어내니 생각보다는 상처가 깊지 않다. 다행히 꿰매지는 않아도 될 거 같다고, 하지만 성형외과 선생님을 만나봐야 정확할 거 같다고 한다. 그러곤 바로 다음 사람을 부른다.


"이신랑님~~"


"넵"


 아이를 안고 있던 우리 신랑이 돌아서면서 씩씩하게 대답을 하니, 초진실 의사들이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곤 살짝궁 눈에 웃음기를 띄웠다. 신랑의 눈을 살펴보던 의사는 아빠는 꼬매야 할 거 같다고 했다. 간단한 처치를 받고 둘이 함께 엑스레이를 찍고 신랑은 파상풍 주사도 한 대 맞았다. 혼자만 주사를 맞고 억울했는지 지나가는 의사에게 왜 얘는 주사 안 맞냐고 묻는 신랑. 어이없다는 듯 의사는 아이들은 예방주사를 많이 맞아서 안 맞아도 된다고 친절히 설명해주고 지나갔다.


 그 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성형외과 전문의를 만났고, 의사는 신랑의 상태를 보더니 꼬매도 좋고 안 꿰매어도 괜찮다고 했다. 의사의 말은  '박보검 같은 연예인이면 당장 봉합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냥 사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라고 나는 해석했다. 그리고 졸려하는 아들을 보며 그냥 집에나 가자고 했다. 처치실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고 얼굴에 큰 밴드를 하나씩 붙인 신랑과 아들을 데리고 처방된 약을 타서 집으로 왔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작은 아이는 연신 쫑알거리다가 한마디를 한다.


"아빠, 근데 아빠 왜 굴렀어?"


 잉? 이게 무슨 소리? 네가 아빠 보고 구르라고 했잖아? 나의 추궁하는 말에 아이는 그동안 쌓였던 억울함을 토로한다.


"아니야~~, 아빠가 혼자 굴렀어."


 그제야 우리 신랑님 이실직고하신다. 다른 아빠가 재미있게 놀고 간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던 아들을 위해 아주 열심히 덤블링을 해주신 거다. 아이는 방방의 한쪽에 앉아 있었고, 신랑은 앉아 있는 아들이 하늘 위로 붕 뜰 수 있게 있는 힘껏 하늘로 뛰어올랐다가 엉덩이로 방방을 찍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주가 몇 잔 들어간 신랑은 엉덩이로 내려앉는 순간 중심을 잃고 앞으로 굴렀고, 아빠의 기대대로 작은 아이도 붕 뛰어져 아빠와 제대로 박치기를 한 것이다.


 그럼 그렇지, 내가 못살아. 내가 아들을 셋 키우지 셋 키워~~


 그 뒤 2주간 열심히 두 아드님의 얼굴에 습윤드레싱을 해줬고, 두 아드님의 얼굴은 이제 말끔하다. 그리고 신랑의 안경도 원상 복구되어 499개월 큰 아들의 얼굴을 한층 부드럽게 해주고 있다.



499개월 아들의 입양기/ 입양한 큰아들이라 불리는 신랑과 7살 10살 아들을 둔 엄마의 속풀이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내편 같은 때로는 남편 같은 그의 이야기를 그의 동의 없이 올립니다. 공감하는 아들 맘님들은 라이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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