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부모님께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 의무적으로 편지를 썼다. 군대에 간 사촌 오빠를 위해 편지를 쓰기도 했고, 조금 더 커서는 친구들과 교환 일기장 형식으로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친구나 후배가 군대에 가면 편지를 써 보내는 것으로 응원했다. 친구 한 명은 내가 보낸 편지에 적힌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럽게 읽으며 힘든 시기를 잘 보냈다며, 전역한 후에도 오래도록 고마워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지내는 중인데도 여전히 손 편지를 자주 쓴다. 이웃에게 반찬이나 과일을 전해 줄 때도 짤막하게 메시지를 남긴다. 아이의 작아진 옷을 후배에게 택배로 부칠 때도 손 편지 한 통을 꼭 써서 보낸다.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분들에겐 생일과 성탄절을 챙겨 손 편지를 쓴다.
아이 유치원 선생님께도 1년에 최소 5번 이상의 편지를 쓰는 중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손 편지를 쓰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이 훨씬 더 보편화되고 편한 시대인데 나는 손으로 쓰는 편지가, 그 맛이 참 좋다.
내가 지금껏 만나온 사람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물에 '편지'라고 답했던 이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 사람이 기뻐할 모습이 좋아서 또 편지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읽고 쓰는 걸 즐기는 엄마를 만난 덕인지 유치원생인 둘째도 손 편지 쓰기나 쪽지 남기는 걸 좋아한다. 두 아이 모두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생신에는 꼭 손 편지를 선물로 드린다.
말로 하기는 힘든데 글로는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표현하지 않으면 가족도,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도 내 마음을 알 수가 없다. 특히 사랑은 꼭 표현해야 하는 영역이다. 며칠 전에 둘째가 "나는 엄마가 웃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라고 말하며 내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췄다. 박장대소하는 나를 보며 둘째가 또 호탕하게 웃는다. 손 편지도 웃음도 긍정적인 전염력이 아주 강하다.
25년을 마무리하는 이때, 손 편지로 가까운 이들에게 마음을 전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