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이 회복의 시작점이라면

by 권성선

오래전, 부부상담전문가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부관계 회복의 핵심은 측은지심입니다."

그 말은 예상 밖이었다. 대화 기술이나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라, 측은지심이라니.

소장님은 덧붙였다.

"출근하는 배우자의 뒷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

잠든 얼굴을 보며 마음이 짠할 때,

그제야 관계는 회복의 문턱에 들어선 겁니다."

반대로, 자는 모습조차 밉고, 밥 먹는 모습도 보기 싫다면

그 관계는 회복보다 분리를 향해 가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후로 나는 자주 그 말을 떠올린다.

측은지심.

그것은 결국 '그 사람도 힘들겠다'고 인정하는 마음이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한 번쯤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여지는 생긴다.

부부 사이뿐만이 아니다.

오랜 친구, 부모 자식, 동료 관계까지도

결국은 ‘이 사람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라는

연민에서 다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마음을 여는 일.

그 시작은 늘 나의 감정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그 첫 감정이

측은지심이라면,

그 관계는 다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내 측은지심이 만렙이라는 거다.

눈만 마주쳐도,

쓸쓸해 보여서 마음이 먼저 풀려버리는 나.

그래서일까.

관계는 늘 내 쪽에서 먼저 회복된다.


측은지심.jpg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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