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좋은 사람은 결국 남아 있는 사람입니다

by 권성선

믿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은 뒤, 한동안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웠다.

누군가를 신뢰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고,

한 번 깨진 믿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불신이었다.
사람의 말보다 표정을 먼저 읽게 되었고,
그 표정조차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 다가오면 반가움보다 의심이 앞섰다.

그래서 나는 내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을 ‘정해두기’ 시작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라도 결국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주는 사람.
내가 움츠러들었을 때, 기다려주는 사람. 아무 말 없이 곁을 내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에겐 ‘좋은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대부분의 감정을 관계 안에서 경험한다.
기쁨도, 슬픔도, 상처도, 위로도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
그래서 관계는 소중하고, 조심스럽다.

쉽게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보다 쉽게 떠나지 않는 사람이
결국 내 편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어설픈 친절보다, 진심은 오래 남는다.
말로 다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

오늘도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그러나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
상처를 주기보다, 안아줄 수 있는 사람.
마음이 닫힌 이의 앞에서, 조용히 앉아줄 수 있는 사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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