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포차.
이름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대체 얼마나 고수길래,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이름을 내걸었을까.
웃기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믿음이 갔다.
그간 수없이 흔들리며 배운 삶의 노하우,
그게 다 쌓여서 만들어진 포차일지도 몰라서.
문득 떠오른 장면.
무채색 앞치마를 입은 중년의 남자,
눈빛엔 세상 풍파가 스며 있고
손끝엔 익숙한 술안주 냄새가 배어 있다.
메뉴판 대신 ‘오늘 되는 것’만 적힌 칠판.
소주에 어울리는 묵은지 김치찜 하나,
하이볼엔 직접 담근 매실청 한 스푼.
괜히 괜찮은 척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곳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야, 오늘은 고수 가자.”
그 이름 하나로 나는 이미 그 곳에 앉아 있었다.
내 얘기를 길게 하지 않아도,
말끝 흐려도 눈치껏 따라주는 사람.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다 알아듣는 사람.
어쩌면 그 사람이 진짜 고수다.
이 괴상한 삶을 어설프게라도 견디게 해주는.
나는 아직 고수포차에 가본 적 없다.
하지만 언젠가,
인생이 내게 또 하나 배움을 던지는 날,
거기서 묵직한 잔을 기울여보고 싶다.
웃고, 울고, 조용히 씩 웃으며 말하듯.
“이쯤이면 우리도 고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