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는 끝이 없다

by 권성선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 18년 전 졸업사진이 떴다. 학위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20대의 나. 그 옆으로 작년 졸업사진이 함께 떠올랐다. 같은 학위복, 같은 미소였지만 그 사이에는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두 장의 사진을 번갈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같은 일을 두 번 했지만, 그 이유는 완전히 달랐다는 것을. 2003년의 졸업사진 속 나와 2023년의 졸업사진 속 나는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마음 깊은 곳의 동기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두 번의 대학원을 다녔다.

2003년, 상담학 석사 과정을 시작할 때 나는 '나'를 이해하고 싶었다. 20대의 나는 늘 흔들렸다. 왜 이렇게 외로운지, 왜 내 마음이 이토록 쉽게 다치는지, 왜 남의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상담을 배웠다. 상담학은 거울 같았다. 그 속에서 나를 비춰보며 나의 상처와 불안을 들여다봤다. 그때의 공부는 무엇보다 나를 붙들어 세우는 일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결혼과 육아, 시댁살이, 사랑하는 이의 장례, 가족을 책임지는 무게가 내 삶에 들어왔다. 20대에 흘린 눈물과는 또 다른 무게의 눈물이 30대, 40대의 어깨를 적셨다. 그러다 2020년, 다시 대학원 문을 두드렸다. 이번엔 이유가 달랐다. 이번 공부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보내는 작은 마음의 신호들, 남편의 침묵 뒤에 숨은 불안,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상처와 세대의 무게. 이런 것들을 제대로 알아차리고 싶었다. 나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내 곁 사람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2005년의 공부가 나를 위한 씨앗이었다면, 2020년의 공부는 관계를 위한 열매였다.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을 쉬게 하듯, 두 번의 공부는 서로 이어져 있었다.

학위는 받았지만, 마음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걸 안다. 삶은 매일 새로운 숙제를 내고, 나는 매일 답을 찾는 학생으로 살아간다.

아이와 이야기하다가, 남편과 부딪히다가, 나 자신을 탓하다가도 계속 배운다.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상담학 책의 문장이 이제야 가슴에 와닿는다. 그동안 남을 이해하려고 애써왔는데, 정작 나 자신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싶다.

마음공부는 결국 자기 자신과 만나는 일이다. 내 안의 상처와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품어주는 일이다. '괜찮다'는 말을 나 자신에게 먼저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야 비로소 남의 상처에도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다.

나는 문학을 전공했고 상담을 공부했다. 문학은 말로 마음을 건져 올리는 일이고, 상담은 그 마음을 보듬는 울타리를 만드는 일이다. 두 세계가 만나는 곳에 내가 서 있다. 아직 서툴고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배워가고 있다.

학교는 졸업했지만, 마음공부에는 졸업장이 없다. 인생은 계속 새로운 시험을 내고, 나는 늘 부족한 답을 쓰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부족함 속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

오늘도 마음의 책을 펼쳐든다. 내 안의 상처와 화해하고, 남의 아픔에 귀 기울이려고. 언젠가 누군가 힘들어할 때, 내가 걸어온 이 길이 작은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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