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꿈, 브런치에서 시작하다

by 권성선

나는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 어린 시절, 공책 끝자락에는 늘 나만의 문장이 숨어 있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은밀한 낙서였지만, 동시에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전하기보다는 편지로 주고받는 편이 나았다. 손글씨에 담긴 감정은 목소리보다 덜 흔들렸고, 조심스럽게 눌러쓴 문장들은 나를 더 솔직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글로 사람을 만나고, 글로 내 마음을 건네왔다. 말로는 채 다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글이 묵묵히 대신했다. 글은 내게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살아온 방식이었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삶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글은 자꾸 뒷전으로 밀려났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당장 눈앞의 일들을 위해 글은 늘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이 되었다. '언젠가는 제대로 쓰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희망만 붙든 채 나는 글을 미뤄왔다.

그러다 브런치를 만났다. 처음에는 망설여졌다. 글을 올린다는 건 내 마음을 가장 투명한 상태로 드러내는 일이니까. 발가벗겨진 듯 창피하기도 했고,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이곳에는 이미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의 문장은 매끄럽고 단단해서 내 글이 그 사이에서 금세 초라해 보일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몇 명의 낯선 이들이 남긴 '공감'과 짧은 댓글들이 예상치 못한 힘이 되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글은 혼자 쓰는 것 같아도 결국 누군가에게 닿는 일이라는 것을.

그 뒤로 나는 조금 더 정직해졌다. 일상의 허물어진 마음, 불안과 회복, 때로는 눈물 섞인 다짐까지 글로 남겼다. 미처 말로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풀어놓자, 뜻밖에도 누군가는 공감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해주었다. 글은 나를 드러내는 동시에 타인을 위로하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누군가의 하루를 붙잡아 주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

작가로 산다는 것이 단순히 책을 출간하거나 상을 받는 일만은 아닐 터이다. 내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쉼표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다시 살아낼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 자체로 글쓰기의 의미는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나의 작은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를 바란다. 책은 단순히 글을 모아둔 종이 뭉치가 아니라 더 긴 호흡으로 독자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내 글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이 읽어줄 것이다.

욕심을 조금 더 부려본다. 북토크 무대에 서 있는 나를 그려본다. 객석에는 내 책을 손에 든 독자들이 앉아 있고, 그들의 눈빛이 나를 향해 반짝인다. 누군가는 밑줄 친 문장을 펼쳐 보이며 "이 문장이 제 삶을 바꿨어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내 글 덕분에 오래 미뤄두었던 선택을 할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그 순간 나는 실감한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실제로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작가로 완성된다.

나는 그날의 공기까지 상상한다. 서로 처음 만났지만 오래 알고 지낸 듯 자연스럽게 웃고, 대화는 책장을 넘기듯 부드럽게 이어진다. 글이 나와 독자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독자는 내게 다시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된다. 그 아름다운 순환 속에서 나는 더 단단해지고, 글은 더 깊어질 것이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오늘 쓰는 문장 하나하나가 결코 사소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지금의 작은 기록들이 모여 내일의 책이 되고, 그 책은 또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숨을 쉬게 될 것이다. 글과 독자가 서로를 살리는 순환, 그것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는 진짜 이유이다.

나는 여전히 매일 흔들리고,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그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은 '쓰지 않을 때'의 공허함이다. 글은 나를 버티게 하고, 동시에 다른 이의 하루도 버티게 한다. 그래서 나는 쓴다. 쓰고 또 쓰며, 언젠가 그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나는 분명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작가의 꿈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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