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커페이스가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다.
감정을 숨긴다고 숨기는데도 내 얼굴은 늘 나를 배신한다.
처음엔 몰랐다. 목소리에만 흔적이 묻어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 눈빛에서, 내 표정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읽어낸다고 했다.
좋아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내 눈빛은 반짝인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가 나오면 금세 차갑게 식어버린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꺼버린 듯 내 눈빛은 냉정하게 가라앉는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얼굴에 티가 난다”라고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부럽다. 어떤 사람들은 감정을 얼굴 한 겹 안에 잘 감춘다.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한다.
겉과 속의 거리가 있다는 건 어쩌면 사회생활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 얼굴은 언제나 속내를 고백한다.
감정의 투명한 유리창. 그게 바로 나다.
그렇다면 이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억지로 감정을 숨기고 표정을 연습해야 할까.
아니면 이 솔직함을 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돌아보면 나의 투명함은 늘 불편만 가져온 건 아니었다.
진심이 전해져서 누군가는 안심했다.
속이지 못하는 눈빛 덕분에 신뢰를 얻은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고민한다.
세상은 때로 솔직한 마음을 버거워하고, 나는 자주 상처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스스로 묻는다.
투명한 나를 감추며 살 것인가,
아니면 투명함을 내 무기로 삼을 것인가.
아마도 정답은 그 어느 한쪽이 아닐 것이다.
투명하되 그 빛을 어디에 비출지 선택하는 것.
그게 내가 앞으로 배워야 할 삶의 태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