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침도 모자람도 아닌

by 권성선

[넘침도 모자람도 아닌]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다.

감동적인 장면을 봐도, 속상한 말을 들어도, 눈가가 금세 젖어버린다. 늘 촉촉하니 눈 건강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안구건조증입니다.”

순간 어리둥절했다. 눈물이 많은 내가 안구건조증이라니? 하지만 의사의 설명은 간단했다. 눈물이 많다고 해서 눈이 건강한 건 아니라는 것. 질 좋은 눈물이 필요한데, 내 눈에서는 눈물을 과하게 흘려보내는 대신 금세 마르고, 오히려 표면이 상해 있었다.


그 순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좋은 것도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사랑도 그렇다. 애정이 깊다는 핑계로 끊임없이 확인하고 간섭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숨 막히게 만든다. 배려 역시 한없이 쏟아내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많음은 반드시 충만을 뜻하지 않는다.

눈물이 많아도 건조할 수 있고, 사랑이 많아도 관계가 메마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깊고 온전히 스며드는가다.


안구건조증이라는 의외의 진단 앞에서 나는 삶의 아이러니를 배웠다.

눈물이 많아도 눈은 건조할 수 있고, 사랑이 많아도 관계는 메마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질이다.


무엇이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꼭 필요한 만큼만.

내 마음도, 내 눈물도, 내 사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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