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냄새

by 권성선

곰팡이 냄새가 배어있는 오래된 건물에 들어설 때마다 영화 기생충이 스친다. 그리고 곧장 떠오르는 건 대학 시절 얹혀 지내던 어느 자취방이다. 그 여름, 방 안 가득했던 눅눅한 공기와 습기의 냄새는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살아 있다.

가난에는 냄새가 있다는 말. 그 냄새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아주 잠깐 과 친구의 자취방에 얹혀 산 적이 있다. 여름방학 석 달 중 겨우 3주 남짓이었는데도 그곳의 공기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눅눅하게 배어드는 습기, 방구석에서 피어오르는 곰팡이 냄새, 환기가 잘 안 되는 작은 창문에서 스며들던 탁한 바람. 방 안은 늘 축축했고, 침대도 없는 방바닥에 요하나 깔고 몸을 눕히면 천장에서 내려앉은 냄새가 피부에 달라붙는 듯했다.

그 냄새는 가난과 연결돼 있었다. 집안 형편이 기울어 가족에게 손을 벌릴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주어진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취방의 습한 냄새는 단순한 생활의 불편함이 아니라 나의 처지와 시대의 공기를 함께 품고 있었다.

지금도 어쩌다 지하실이나 오래된 건물에서 눅눅한 냄새를 맡으면 그 여름이 떠오른다. 곰팡이 냄새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주머니 속에 늘 남아 있던 빈곤의 그림자였다.

영화 속 “가난의 냄새”가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았다면 내 기억 속 냄새는 나를 다시 초라했던 시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냄새는 불편함만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를 일깨워주는 신호 같기도 하다. 가난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지만 동시에 내 청춘의 냄새이기도 했다.

수요일 연재
이전 14화한결같음에 대하여